세기의 대결? 맥그리거 vs 메이웨더 '서커스 매치'
맥그리거가 깔아 놓은 판에 비즈니스 능한 메이웨더 숟가락
복싱 룰에서 맥그리거의 치명적 펀치와 변칙 킥도 어려워
UFC 최초 ‘두 체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가 ‘무패복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펼치는 게임은 진정 세기의 대결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맥그리거가 “메이웨더와 복싱으로 한판 붙고 싶다”는 농담 같은 도전이 현실이 됐다.
미국 ‘ESPN’를 비롯한 복수 매체들은 15일(한국시각)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이 네바다주 체육위원회 승인을 받아 8월에 열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UFC 화이트 대표도 “맥그리거가 메이웨더와 8월 2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맞대결한다. 12라운드 복싱 룰, 154파운드의 슈퍼 웰터급 체급(약 69.85㎏)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파이트머니(대전료)에 대해서는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1월 화이트 대표가 둘의 대전료로 각각 2500만 달러(약 280억원)를 주겠다고 했지만, 메이웨더는 1억 달러(약 1120억원)를 요구한 바 있다. 메이웨더는 2015년 매니 파퀴아오(38·필리핀)와의 맞대결에서 1억 달러(약 1130억원)를, 맥그리거는 지난해 11월 UFC 202에서 300만 달러(37억원)를 받았다.
성사가 확정된 만큼, 팬들의 기대는 고조되고 있다. 메이웨더나 맥그리거나 프로복싱과 UFC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숄더롤'을 바탕으로 포인트 위주의 단타를 노리는 스타일의 메이웨더는 현역 시절인 지난 2015년 파퀴아오전 판정승 포함 49경기 49승(26KO승)의 기록을 보유한 무패 복서다. WBC 웰터급, 라이트미들급, WBA 슈퍼웰터급 타이틀을 모두 두른 통합 챔피언이었다. 신장 173cm.
맥그리거 또한 지난해 11월 UFC 역사상 최초로 페더급과 라이트급을 동시에 석권하며 뜨거운 인기를 모은 화끈한 타격가다. 신장은 175cm.
그러나 둘의 만남이 진정한 세기의 대결로 보기는 어렵다. 슈퍼스타 맥그리거가 짠 판에 비즈니스에 능한 메이웨더가 숟가락을 얹으며 성사된 둘의 만남은 세기의 대결보다는 서커스 매치로 기우는 분위기다. 돈에 밝은 챔피언들이 벌이는 ‘쩐의 향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형적인 구도로 이슈몰이만 하는 서커스 매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싱 룰로 싸운다는 자체가 맥그리거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메이웨더의 위빙-더킹과 전후진 스텝은 맥그리거를 크게 흔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자세를 잡고 치명적인 카운터를 꽂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다양한 변칙 공격도 쓸 수 없다. 자랑하는 프론트 킥을 비롯해 다양한 변칙 킥이나 공격이 불가능하다.
복싱 강자들을 한두 명이라도 꺾고 치르는 것이라면 혹시나 할 수 있지만 맥그리거에게는 비즈니스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메이웨더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라운드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불혹의 메이웨더와 달리 맥그리거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동갑이다. 10살 가까운 나이 차이도 변수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월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메이웨더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프로복싱에서 6체급을 석권한 오스카 델라 호야(44·미국)도 이 경기가 “돈을 세는 사람들만 좋아할 매치”라고 깎아내렸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메이웨더가 복싱 룰로 맥그리거를 상대한다면 가비지 타임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기술을 지닌 맥그리거와 UFC 룰로 싸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냉정하게 말해 맥그리거는 UFC에서도 최고가 아니다. UFC 최초의 두 체급 동시 챔피언의 경력이 있지만 그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시선도 많다.
조제 알도를 13초 만에 TKO로 꺾은 뒤 페더급에서 방어전을 치르지 않고 슈퍼 파이트에만 신경을 쏟았다. 라이트급에서도 알바레즈라는 자기에게 맞는 먹잇감이 떠올랐을 때 대결을 신청해 챔피언에 등극했다.
페더급 현 챔피언 할로웨이, 전 챔피언 알도, 랭킹 2위 프랭키 에드가와 다시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라이트급에서는 랭킹 1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나 2위 토니 퍼거슨에게도 크게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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