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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이러려고 김수현을…리얼하지 않은 '리얼'


입력 2017.06.28 08:26 수정 2017.06.28 09:30        부수정 기자

4년 만에 스크린 복귀…파격 연기

허술한 이야기· 헐거운 연출

배우 김수현 주연의 영화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렸다.ⓒ코브픽쳐스

김수현 주연 영화 '리얼' 리뷰
허술한 이야기· 헐거운 연출 혹평


재미도, 메시지도, 감동도 없다. 137분 동안 스크린을 메운 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흔적들뿐이다.

한류스타 김수현도 어쩌지 못했다. 영화 '리얼'이다.

'리얼'은 김수현이 4년 만에 복귀한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렸다.

영화는 시나리오를 쓴 이정섭 감독이 중도 하차하면서 잡음을 빚기도 했다. 결국 김수현의 이종사촌형으로 알려진 제작사 코브픽쳐스의 이사랑 대표가 메가폰을 잡았다.

통상 한국 영화의 언론시사회는 개봉 2주 전에 열리지만 '리얼'은 개봉 이틀 전 시사회를 열었다. 영화사 측은 'CG 작업 탓'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표면적 이유였다. 개봉 전부터 불거진 '리얼'의 균열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드러났다.

영화는 '탄생', '대결', '리얼' 세 세장으로 나뉜다. 카지노를 경영하는 조폭 장태영(김수현)은 신경정신과 전문의 최진기(이성민)에게 상담치료를 받는다. 의사는 장태영에게 '해리성 장애'(다중인격) 진단을 내린다. 의사가 말해준 방법으로 또다른 인격을 살해한 장태영은 장애를 완치한 듯 살아간다.

연기자 최진리(설리)는 영화 '리얼'에서 파격 베드신을 펼쳤다.ⓒ코브픽쳐스

카지노 시에스타를 오픈하며 승승장구하던 장태영 앞에 극악무도한 조폭 조원근(성동일)이 나타난다. 카지노를 조원근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장태영은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 이름이 똑같은 의문의 투자자(김수현)와 마주한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는 자금문제와 조원근을 해결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 투자자는 장태영의 여자 송유화(최진리)에게 접근하는가 하면, 장태영의 모든 것을 똑같이 따라 하려 든다.

간단하게 정리한 줄거리이지만 '리얼'의 내용은 난해하다. 장르는 액션 누아르. 하지만 영화를 보노라면 액션 누아르라기보다는 SF 영화에 가깝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맥락 없이 이어지면서 한숨이 나온다.

무엇보다 장태영의 캐릭터가 문제다. 투자자 장태영과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는 장태영의 관계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진짜 장태영은 해리성 장애를 극복했는지, 마지막에 나오는 인물은 또다른 장태영의 인격인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문제는 이 궁금증이 영화에 대한 흥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장면에선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화려한 미장센에만 중점을 둔 탓에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갈지자로 흔들린다.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은 결국 산으로 갔으니, 관객들은 답답하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닌, 불편하고 찝찝한 기분만 가득하다.

알맹이가 없으니 겉에만 치장했는데, 이마저도 독이 됐다. 마약, 섹스, 폭력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치다.

배우 김수현 주연의 영화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렸다.ⓒ코브픽쳐스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법도 무례하다. '리얼' 속 여성들은 노출을 위해 존재한 듯하다. 속이 훤히 보이는, 아슬아슬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신체 곳곳을 클로즈업한 컷들이 자주 나온다. 카지노 스트립 댄스 장면은 지나치게 길었고, 선정적인 정사신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선정적인 장면만 줄였어도 상영시간이 길지 않았겠다. 이야기 없이 자극적인 영상으로만 폭주하는 137분을 관객들은 어떻게 견뎌야 할까.

영화의 유일한 숨통은 김수현이다. 사도진 역을 맡은 조우진의 말마따나 '리얼'은 '김수현의, 김수현을 위한, 김수현에 의한' 영화다. 사실상 그의 '원맨쇼'라는 얘기다.

영화 전체 분량의 90%를 소화한 김수현은 1인 다역을 맡아 연기 인생의 최대 도전을 했다.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온몸을 내던진 점에선 박수를 보낼 만하다. 부담감, 책임감도 상당했으리라.

조우진은 "'리얼'은 서른이 된 김수현의 모든 것"이라며 "김수현을 만끽하시고 싶다면 '리얼'을 봐라. 다시 올 수 없는 김수현이라는 빛나는 청춘이 있다"고 했다.

김수현은 '리얼'은 지금껏 봤던 시나리오 중 가장 무서웠다"며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량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이번 영화는 내게 공부가 된 작품이다. 김수현의 20대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슈 메이커 최진리(설리)는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파격 노출신을 소화한 그는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불필요한 노출신은 아쉽다.

배우 김수현 주연의 영화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렸다.ⓒ코브픽쳐스

배우들의 활용법도 기대 이하였다. 4200대 1을 뚫은 신예 한지은도 부담스러운 노출신을 표현했다. 하지만 파격 노출신, 딱 그뿐이었다. 연기력을 논할 수준의 분량도, 이렇다 할 존재감도 없었다.

형사 역을 맡은 이경영은 왜 출연했는지 의아할 정도. 이 감독은 "신인이다 보니 의욕이 넘쳐 (이야기가) 장황해졌다"며 "죄송하다. 다음엔 더 잘하겠다"고 사과했다.

박서준, 손현주, 아이유, 수지, 다솜, 아이유 등 톱스타들이 카메오로 출연했으나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찾기 힘들 정도니, 말 다 했다. 배우들이 아깝다.

이 감독은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영화도 한 편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 감독은 '리얼'을 '정답이 없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연출 포인트 역시 '애매함'이라고 답하며 "영화가 여러 해석을 낳았으면 한다"고 모호한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진짜라고 말할 때, 그 진짜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라. 진짜라는 것은 어떤 믿음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진짜가 무엇인지 설명해주기보다는, 당신이 진짜라고 믿는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제작비는 110억원대로 손익분기점은 300만명이다. 영화는 평단의 혹평과 상관없이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수많은 팬을 거느린 한류스타 김수현이라는 '스타 파워'가 혹평을 뚫고 통할 수 있을까.

6월 28일 개봉. 137분. 청소년 관람불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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