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옥중 투자 결정'...삼성전자, 성장·수출 두마리 토끼 잡는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통상압박해소
오너 부재 속 선제적 투자...미래 대비 의지 천명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통상압박 해소
오너 부재 속 선제적 투자...미래 대비 의지 천명
삼성전자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가전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계 최대 가전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또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통상압박을 해소하면서 현지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게 됐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옥중 결정한 과감한 투자로, 선제적인 투자로 흔들림없이 미래에 대비해 사업을 영위해 나간다는 굳은 의지를 천명했다.
삼성전자가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뉴베리카운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항구에서 241㎞ 떨어진 지역으로 미국 남동부의 생산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서부 생산거점 확보로 효율적인 시장 공략 가능해져=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북미 대인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 인수로 서부인 캘리포니아주 인더스트리 소재 빌트인 가전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어 넓은 미국 시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시장 공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설립되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세탁기는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애드워시’를 내세워 지난해 3분기 첫 1위에 올라선 이후 플렉스워시 등 혁신 제품들의 판매 성과에 힘입어 올 1분기 19.7%의 점유율로 3분기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힘과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은 시장의 특성을 살려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생활가전의 영업이익률도 끌어 올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미국 가전 시장에서 16.7%의 점유유로 1위에 올라선 후 올 1분기(19.2%)까지 4분기 연속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달성하고 있다. 트랙라인은 냉장고, 세탁기,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미국 시장 내 주요 가전을 합산해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을 분기 단위로 발표한다.
미국 생활가전 시장은 세탁기·냉장고·에어컨·건조기·오븐 등 다양한 가전 제품들로 매년 평균 4%씩 성장하며 오는 2020년까지 약 300억 달러(3조438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 비중이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가전업체들의 수익성 제고에 좋은 기회가 되는 시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곧 전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공장 설립 결정이 시장 점유율 확대와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파고 넘어 공정한 경쟁 구도 확보=이번 공장 설립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돼 온 보호무역주의를 완화시키면서 미국 현지 업체들과의 공정한 경쟁 구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지난달 31일 청원한 가정용 수입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한국 가전업체들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트랙라인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9.7%로 1위로 월풀(17.3%)을 넘어섰고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월풀은 LG전자(16.8%)에게도 추격을 당하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9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국내 제품들에 비해 크게 밀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를 명목으로 세이프가드라는 특단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미국 내 현지 공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ITC 조사와 국내 업체들의 공장 설립 발표는 별개 사안”이라면서도 “미국 정부도 외국 업체가 자국에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는 공장 설립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중 투자 단행한 이재용 부회장, 투자 의지 천명=이번 투자는 삼성전자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불거지고 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대규모 투자나 M&A 논의는 거의 중단돼 올 들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약 9조원(80억달러)을 들여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 완료했지만 이는 이미 지난해 인수 결정이 이뤄진 사안이다. 또 조만간 가동되는 평택 반도체 공장의 경우, 투자액 규모가 약 15조6000억원에 이르지만 이는 지난 2015년 기공식 전후로 이뤄진 것으로 아직 추가 투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등을 인수하며 기술 개발과 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번 투자가 미국의 통상압박과 맞물리며 이뤄졌고 아직 오너 부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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