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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해지는 '촛불대통령' ‘혁명대통령’ 자랑


입력 2017.07.03 04:35 수정 2017.10.16 09:54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보수우파는 반혁명세력, 임기내내 진영싸움?

전작권 전환, 또다시 미군 철수냐 축소냐 선택할듯

미국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귀국 인사말을 마치고 있다.ⓒ조남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 후 발표된 ‘한미공동성명’이 과거의 예(가장 가까이는 2013년 5월의 박근혜-버락 오바마의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에 비해 특별하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조건’ 등의 압박성 표현을 담은 경제 분야 합의 내용들을 접어두고 외교·안보에 국한해서 보자면 과거와 ‘대동소이’다. 당연히 정부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 정상회담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두 대통령 공히 임기 초다. 군사동맹국의 새 대통령끼리 만나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화기애애하지 않을 까닭이 있었겠는가. 설령 두 나라 사이에 갈등요인이 있다고 해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낼 일은 아니다.

성명 내용이 유사하다고 해도 정부가 내세우고 싶어 할 부분은 있게 마련이다. 대충 살펴보자면 ①전작권 조속 전환을 위한 협력 지속, ②연합방위 한국 주도, ③(한미) 북한과 대화 용의, ④문 대통령의 남북대화 재개 열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전작권 전환 능사가 아닐텐데

전 정부와 차별화는 된 셈이다. 그렇다 해도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전작권 전환 시기는 이미 노무현 정부 때 2012년으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때 한차례 연기(3년)됐었고, 박근혜 정부가 다시 연기를 시도했다. 2014년 10월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체결된 양해각서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는 대신 ‘전환 조건’ 3가지를 명시했다.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군사능력,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능력 구비가 그것이었다. 사실상의 무기연기였다.

그것을 문 대통령이 다시 꺼내서 공동성명에 명문화한 것인데, 당장은 재논의의 단초를 만들어 놓은 정도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달라면 준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문제는 국민의 의사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의 여론 지지율에 힘입어 밀어붙이려 하겠지만 실제로 논의가 시작되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그들의 대군을 주둔국 사령관의 지휘 하에 두려고 할 것 같지는 않다. 주둔군의 규모를 줄이든가 아니면 아예 철수하든가 하는 상황을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당장 벌어질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악의 시나리오도 감안해야 하는 것이 안보정책이다. 같은 맥락에서 연합방위를 우리가 주도한다고 굳이 명문화한 뜻 또한 헤아리기 어렵다.

한·미 방위조약에는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이 결여돼 있다.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 미 전투부대의 한강 이북 주둔과, 주한 미군사령관의 전작권 보유다. 이로써 유사시 미군은 전쟁에 저절로 개입하게 된다. 그 점으로 미루어 미국으로서는 전투부대의 한수 이남 이전과 전작권 전환이 족쇄 벗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공동성명에 반영한 것도 ‘특기할만한 진전’인 것 같지는 않다. 이제까지 우리와 주변 열강들은 대화의 문을 언제나 열어뒀었다. 반면 북한은 대화를 통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불성실하거나 회피적 자세로 일관했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한한 우리 정부를 직접 협상의 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다만 달러 공급원으로만 우리의 효용가치를 인정했을 뿐이다.

국민이 이미 꿰뚫어 보고 있듯 북한은 설득이 가능하고,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아니다. 전갈이 개구리더러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개구리가 독침을 겁내자 전갈이 안심시켰다. “강 한가운데서 네가 죽으면 나도 죽을 텐데 왜 찌르겠어.” 개구리가 그 말을 믿어 전갈을 등에 업고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 가다가 전갈이 독침으로 개구리를 찔렀다. 개구리가 죽어가면서 물었다. “왜 찔렀어?” 전갈이 대답했다. “전갈이니까.”

잘 알려진 이 우화의 전갈이 바로 북한 김정은 집단이다. 도발하지 않으면 김씨 왕조일 수가 없다. 그게 그 체제의 본성이자, 김정은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상호간 경계심 허문 것은 다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남북한 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게 잘못이랄 것은 없지만 자신이 그렇게 중시하던 사드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아주 의외다. 문 대통령의 ‘사드 충격’은 국내용일 뿐 미국과는 거의 상관없는 일임을 분명히 하고 양해를 이미 얻은 것일까. 혹시라도 문 대통령이 국내 지지자들과 미국 사이에서 언어적 곡예를 하는 것이라면 이는 훗날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역사적인 ‘정상회담’이었다. 그런대로 성과도 거뒀다. 무엇보다 양국 정상이 가졌을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 수 있었던 게 큰 소득이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정상회담보다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문 대통령의 ‘촛불혁명론’이다. 이번 방미 때도 그의 혁명론은 유감없이 역설되었다.

예컨대 “촛불혁명은 대통령으로서 나의 출발점이다. 그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나의 책무다”(30일 미국 전략 및 국제연구 센터 간담회)라는 식이었다. 혹 그 기세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다 마찰이라도 빚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만나서는 서로 친애를 과시했다고 한다. 하긴 장진호 기념비를 찾아,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각별한 감사의 정을 피력한 것으로 미루어 미국과 한 판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반미적인 감정을 공공연히 드러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서 “53년 전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던 것처럼.

대선 후보 적에 그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재가 탄핵 결정을 한 만큼, 그 자신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혁명의 당위성 필요성은 없어진 셈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어서는 아예 촛불집회 그 자체에 혁명의 이름을 붙였다. 지난 3·1절 때는 “촛불집회는 시민혁명으로 완성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혁명론’을 승계한 것인가?

경제발전 민생안정 챙길 때다

촛불혁명이라고 하니까 마치 강력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철권통치를 행하던 독재자에 항거해서 일어난 국민들이, 엄청난 희생 끝에 승리를 거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시작된 진보좌파 세력들의 퇴진 압박에 시달리다가 끝내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맥없이 쫓겨났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 취임했다. 따라서 그건 혁명이 될 수 없다. 개헌을 통해 국가 통치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던 6·10 민주항쟁도 혁명으로 주장된 바가 없지 않았는가. 지난 5·9대선이 보궐선거가 아니라 혁명대통령을 등장시키는 특별한 절차였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보궐선거 당선자는 전임자의 잔여임기동안 재직한다는 법상식이 부담스러워서? 혁명 지도자의 득표율이 41%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게 혁명이었다고 하자, 대통령이 ‘화답’해야 할 ‘혁명의 요구’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 주는 게 순서다. 그리고 무엇에 대해 화답할 것인지도 말해줘야 한다.‘사드 반대’의 요구만 받은 것은 아닐 터이다. 그 집회에서는 수많은 주장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머리 부분을 그림을 마치 효수당한 죄인처럼 크레인에 높이 달았던 그들에게 화답해야 할까? 단두대를 끌고 다니던 사람들에게? “해답은 사회주의다”라고 한 그 주장에? ‘이석기 석방’ 요구에?

문 대통령의 말로 짐작하자면 그는 혁명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도 혁명을 이끌고 있는 중인데, 왜 그 점을 한미공동성명에 명기하지 않았을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이 혁명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의 혁명정부를 승인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는 2일 귀국하면서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다시 혁명을 언급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 것은, 우리 국민들이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통해 보여준 수준 높은 역량과 도덕성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당당한 나라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미 성과와 아주 높아진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부각시키려는 것이야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한국이 혁명의 와중에 있다고 여기는 나라가 과연 있기나 할지 궁금하다.

혁명은 이것으로 됐다. 혁명을 한다고 자꾸 사회를 동요시키면 경제만 더 나빠진다. 진두에 서서 혁명의 깃발을 흔들며 독전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차분히 내각과 참모들을 이끌며 국가의 발전, 경제의 회생, 민생의 안정을 이끄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혁명자랑’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것은 보수우파를 반혁명세력으로 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뀐다. 혁명세력 대 반혁명세력의 영구 투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면 이제 혁명은 이 단계에서 수습하는 게 옳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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