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준여당 오가는 '박쥐구실' 국민의당…정우택 “야합 정치” 맹비난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만 골라잡아…청와대 갈라치기
뒤통수 맞은 한국당…"청와대에 수사 지침 제시 의혹"
추경안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만 골라잡아…청와대의 갈라치기
뒤통수 맞은 한국당, “야3당 공조 다 깨졌다고 하기엔 일러” 미련
여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으로 정부와 여당에 단단히 토라졌던 국민의당이 청와대의 유감 표명 한번에 '표정'을 바꿨다.
전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똬리를 틀고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던 모습이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추 대표를 대신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날 국민의당을 찾아 유감표명을 한 데 맞춰 보수야당들과 추경안 심사를 거부하던 단일대오에서 발을 뺐다.
청와대의 야3당 갈라치기 움직임은 전날 오전부터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에 다시 한 번 요청 드린다.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밑그림은 이미 그려진 것이었다.
청와대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정국을 풀기 위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화를 누그러트려 추경안 심사에 참여토록 유도하고자 했다. 게다가 야3당이 부적격 후보자로 지목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중 조 후보자를 자진사퇴시키는 '성의'를 보인 뒤 송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사실상 이 카드는 국민의당 입맛에만 맞춘 청와대의 처방이었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보수야당들이 요구한 문 대통령의 사과나 송 후보자의 지명철회 등은 수용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만 만족시키는 카드로 야 3당을 갈라치기 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특히 국민의당에는 당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청와대는 제보조작 사건 수사에 개입의지가 전혀 없다"는 발언이 위안이 됐을 것이다. 행간의 의미는 '검찰수사가 위선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언질로 들렸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민의당이 추경안 심사에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보수야당들은 이에 크게 반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추경안 참여 소식을 접한 뒤 야3당 대열과 준여당 자리를 오락가락하는 박쥐구실 행태를 강력 비판했다. 그는 “임 비서실장의 국회 방문과 사과발언으로 이렇게 갑자기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제보조작 사건 가이드라인을 청와대에 제시하는 등 청와대와 국민의당간의 야합이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든다”고 맹비난했다.
정 원내대표은 이어 “엊그제까지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국민의당이 청와대와 무슨 이야기가 오갔길래 이걸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지, 이것이 안밝혀지면 분명한 야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3당 공조와 관련해 “추경 심의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이 태도를 바꿨기 때문에 야당 공조가 자동으로 깨졌다”면서도 “야3당 공조가 깨어진 게 계속되리란 법은 없다. 추이를 지켜보겠다. 모든 야3당 공조가 깨졌다고 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야3당 공조의 일원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미련의 일단을 보인 것이다. 한국당은 국민의당의 추경안 심사 참여와 대통령의 송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해 14일 오전 의총을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바른정당도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국민의당이 추경안 심사에 복귀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당)자신들만의 특수한 사정이 작용해 (복귀 결정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 언급한 특수한 사정은 제보조작과 관련해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변인은 이어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문 대통령의 송 후보자 임명강행에 대해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만시지탄이지만 송 후보자의 임명강행은 청와대가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협치의 파트너가 아닌 거수기로 보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바른정당도 이날 아침 회의를 통해 대여 대응 방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당분간 국민의당의 스탠스가 문재인 정부에게 협조하는 방향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실상 이번 청와대의 결정은 국민의당의 입맛에 맞춰준 것과 다름없다”며 “국민의당이 추경안 심사에 참여키로 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의 총 166석의 찬성표로 추경안 통과는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정부·여당과 국민의당의 허니문은 지속될 것”이라며 “큰 문제가 없는 한 여당과 준여당, 야2당의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