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EW★] 전성우, '대학로 아이돌'서 진짜 배우로
영화 '더 테이블'서 민호 역
뮤지컬·연극 등 무대서 활약
영화 '더 테이블'서 민호 역
뮤지컬·연극 등 무대서 활약
오후 2시 30분, 한 카페 테이블에 두 남녀가 앉아 있다.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정은채)과 민호(전성우)가 그 주인공이다. 경진은 화가 나 있는 듯하고, 민호는 그런 경진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민호가 경진과 사랑을 나눈 후 돌연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민호는 때론 답답해 보이지만, 마지막에 결정적 '한 방'을 날리며 경진의 마음을 붙잡는다.
24일 개봉한 영화 '더 테이블'(감독 김종관) 속 이야기다.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앉은 8명의 각기 다른 사연을 담았다.
사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경진과 민호는 시작하는 연인의 풋풋함을 담았다. 청량하면서 설레는 로맨스는 정은채, 전성우 두 배우를 통해 생생하게 느껴진다.
남자 주인공 민호를 맡은 전성우는 이 영화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22일 서울 사당동에서 만난 전성우(29)는 영화 속 민호와 꼭 닮아 있었다. 조곤조곤 얘기하는 말투,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그랬다.
전성우는 주로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 활약했다.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해 '화랑', '스프링 어웨이크닝', '여신님이 보고 계셔', '쓰릴 미', '블랙메리포핀스', 'M.Butterfly', '데스트랩', '베어 더 뮤지컬' 등을 거쳤다. 훈훈한 외모 덕에 '대학로의 아이돌'로 불리기도 한다.
김 감독은 영화 경험이 전무한 전성우의 한 인터뷰 영상을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 전성우는 "기회가 찾아와서 정말 기뻤다"며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촬영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봉을 기다렸다. 큰 스크린 속에 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게 신기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완성본을 봤다는 배우는 "처음 봤을 땐 내용이 기억 나지 않았고, 스크린 속 내가 낯설어서 숨고만 싶었다"면서 "이번 시사회 때는 내용이 보이더라. 에피소드들이 다 재밌었다"고 말했다.
극 중 민호의 표정엔 많은 것이 담겼다.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속을 모르겠고. 또 어떨 때 보면 선수 같기도 하다. 배우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민호는 사랑에 서툰 남자예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답답해 보일 수도 있어요. 민호를 밉지 않은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민호와 경진이를 통해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느끼셨으면 해요."
김 감독과의 호흡을 묻자 "편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며 "배우가 최선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고 했다.
'더 테이블'은 각 인물의 대화만으로 채운 영화다. 상대방에 따라 변하는 표정과 목소리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이 때문에 배우들의 기본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한 대사 처리와 풍부한 발성은 물론이고, 사소한 표정 하나만으로도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전성우는 스크린 데뷔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매끄러운 연기를 펼쳤다. 이틀 동안 촬영했다는 그는 "눈빛과 표정에 신경 쓰면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신경 썼다"고 했다.
캐릭터를 위해 피부톤을 검게 연출했고, 일부러 멋있어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고,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다듬어지지 않은 인물을 표현했단다.
정은채와의 호흡도 물었다. 그는 "상대 배우가 잘 연기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셨다"며 "스크린에 정말 예쁘게 나왔다"고 미소 지었다.
'더 테이블' 속 인물들은 사연마다 다른 음료를 주문한다. 경진과 민호는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주문했다. 혹시 둘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지만 커피와 초콜릿 케이크가 두 사람의 달콤함과 쓸쓸함의 경계선을 나타내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전성우는 앞서 '육룡이 나르샤'와 '뷰티풀 마인드'를 통해 드라마 경험도 했다.
그는 "공연은 그날그날, 관객과의 호흡과 현장성이 중요한데 드라마와 영화는 아니더라. 사실 처음엔 영상 매체 도전이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참여하고 싶어서 했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조곤조곤 얘기했다. "드라마, 영화는 현장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새로웠어요. 원래 내성적인 사람인데 연기하면서 성격이 바뀌는 듯해요. 나를 알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려고요."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을 동경했다는 그는 "화려한 연예인들을 보고 멋있게 느껴졌다"면서 "뭔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색깔을 찾고 싶다. 예전엔 미성인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는데 이젠 이게 개성인 것 같다. 내 장점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연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는 배우는 "이 부분이 내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수식어보다는 그냥 배우가 되고 싶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대학로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언급하며 팬이 많지 않냐고 묻자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더 테이블'의 강점을 물었다. "자극적이고 센 영화가 많은데 '더 테이블'은 꽤 잔잔한 영화예요. 그 흔한 과장도 없고요. 일상의 소소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잠깐의 휴식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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