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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임박 계란 늘며 악순환 반복…유통업계, 재고 처리에 고심


입력 2017.08.31 06:00 수정 2017.08.31 05:57        최승근 기자

살충제 파동 이후 꼼꼼해진 소비자들, 유통기한 짧은 상품 외면

유통업계, 계란 소비 많아지는 추석 계기로 판매량 회복 전망

서울 한 슈퍼마켓 내 계란 판매대ⓒ데일리안

살충제 파동으로 계란 소비가 급감하면서 유통업계가 재고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 신선식품인 계란의 경우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직매입 형태로 물량을 조달하다 보니 판매하지 못하는 물량은 손실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하는 계란 한 판의 가격은 5000원대로 떨어졌다. 계란 한 판 가격이 5000원대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10개월 만이다.

일부 온라인몰과 슈퍼마켓에서는 4000원대 제품도 등장했다. 살충제 파동으로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산지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계란 1개당 산지 가격은 138원으로 한 달 전인 7월30일 174원과 비교해 20.7% 하락했다.

이에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가격을 내리고 계란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파동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판매량 감소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계란 재고 관리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보통 계란의 유통기한을 한 달 정도로 계산해 농장으로부터 물량을 매입하는데 판매량이 줄다 보니 산지 출하량도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직매입하는 계란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반품도 금지돼 있어 중간 상인인 유통업체로서는 고충이 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란 유통기한을 30일로 놓고 보면 보통 유통기한을 10일 정도 남긴 상태에서 물량이 소진되곤 했는데 파동 이후로 판매가 더딘 상황”이라며 “적정 수준의 재고 관리를 위해 직매입 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정 기간 재고를 보관할 저온창고 등 시설이 마련된 대형마트에 비해 그렇지 못한 일반 중소 규모의 슈퍼마켓들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자체 폐기해야 하는데 폐기 비용도 비용이지만 폐기 물량이 고스란히 손실로 계상되다 보니 이를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제품도 매대에 놓고 판매하는 실정이다.

서울 영등포구 A마트 관계자는 “살충제 문제가 커지고 난 뒤 계란 매입량이 기존 대비 30% 수준으로 줄었다”며 “기존에 받아놓은 물량부터 처분해야 하는데 값을 내려도 판매량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30일 서울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 유통기한이 9월10일까지로 이날 기준 유통기한이 11일 정도 남았다.ⓒ데일리안

하지만 살충제 파동 이후 유통기한은 물론 생산 지역과 농장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 아예 구매를 하지 않거나 10구, 15구 등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소비 감소에 이어 유통기한 문제까지 겹치면서 재고만 쌓여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다가오는 추석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여전하지만 명절음식의 경우 계란을 대체할 만한 식재료가 마땅히 없기 때문에 추석을 계기로 계란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란을 비롯해 닭고기, 소시지까지 식품 안전에 대한 이슈가 계속 발생하면서 전체적인 판매량이 주춤한 부분이 있다”며 “올 추석에는 예년보다 일찍 신선식품 프로모션을 시작해 판매량 회복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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