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후반기 역대급 추락의 원흉, 누가 못했나
최형우, 후반기 들어 방망이 차갑게 식으며 부진
헥터-양현종의 원투 펀치도 위용 잃은지 오래
전반기 엄청난 승률로 정규시즌 1위를 일찌감치 찜해뒀던 KIA 타이거즈가 선두 자리를 뺏길 위기에 놓였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았을 시점에 KIA는 57승 28패(승률 0.671)의 고공비행을 내달리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두산이 지난 시즌 세웠던 한 시즌 최다승(93승)을 1년 만에 갈아 치울 기세였다.
그러나 후반기에 돌입하면서 거짓말 같은 추락이 시작됐다. 후반기 53경기서 KIA가 거둔 승수는 고작 25승. 승률 역시 중하위권 성적에 해당하는 0.481에 그치고 있다.
그러면서 전반기 13경기 차로 뒤져있던 두산의 맹추격이 함께 이뤄졌다. 두산은 후반기 40승 2무 16패(승률 0.714)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미라클 두산’을 재연해냈고 기어코 KIA와의 승차를 제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제 KIA는 6경기, 두산은 4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수 있는 1위 싸움은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추락에는 원인이 있는 법. KIA는 전반기에 강력한 선발진과 불방망이 타선을 앞세워 리그를 호령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선발진과 타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집단 부진에 빠졌고, 가뜩이나 취약한 불펜 역시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100억 원 사나이 최형우의 부진이 심각하다. 최형우는 전반기 타율 0.374 22홈런 81타점으로 MVP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타율 0.305 4홈런 39타점으로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4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최형우가 슬럼프에 빠지며 그저 그런 타자로 전락하자 나머지 타자들에게도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실제로 KIA는 버나디나와 김선빈, 김주찬 정도를 제외하면 주전급 타자들이 전반기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치홍과 나지완도 최형우에 가려져있을 뿐 KIA 추락의 원흉으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선발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전반기 14승(무패)의 쾌속 진격을 보였던 헥터는 후반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4.24로 좋지 않다.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20승 달성도 이제는 어려워졌다.
헥터와 원투펀치를 이뤘던 양현종도 에이스라 부르기 민망하다. 물론 헥터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팀이 연패 등 위기에 빠졌을 때 구해내지 못했는 모습이었다.
김기태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불펜이나 대타 등 선수 교체 타이밍에서 뚜렷한 원칙이 없는 가운데 쓰는 선수만 고집한다는 날선 비난에 직면해있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가을 야구다. 이대로라면 한국시리즈나 플레이오프서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144경기를 치르며 선수들에게 지친 기색이 엿보이지만 지금의 KIA는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매우 곤란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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