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신선한 소재, 진부한 결말 '희생부활자'
김래원·김해숙 주연…곽경택 감독 신작
"모성애 고집…어쩔 수 없었다"
영화 '희생부활자' 리뷰
김래원·김해숙 주연
희생부활자(RV, Resurrected Victims): 억울하게 죽은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 진범에게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만 발생하며 희생부활자의 복수가 잘못 이뤄진 적은 없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면 어떨까. 그것도 내가 그토록 사랑한 가족이, 내 눈앞에 등장한다면?
전 세계 89번째 국내 첫 희생부활자가 나타난다. 7년 전, 죽었던 엄마가 살아 돌아왔다.
아들 진홍(김래원)을 끔찍이 여기는 명숙(김해숙)은 아들의 전셋돈을 전해주러 가던 길,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목숨을 잃는다. 눈앞에서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진홍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진홍은 누나의 전화를 받고 간 집에서 7년 전 죽었던 엄마를 본다. 믿기지 않은 현실에 말을 잃은 진홍은 갑자기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엄마로 인해 혼돈에 빠진다.
국정원 조사 결과, 명숙은 희생부활자의 국내 첫 사례였다. 자신을 죽인 사람을 복수하려 살아 돌아온 것이다. 명숙이 진홍에게 칼을 휘두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홍은 살인범으로 의심받는다.
진홍은 엄마의 사건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걸 알고 홀로 사건을 추적한다. 국정원과 경찰까지 이 사건에 매달리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엄마는 왜 아들을 공격했을까.
영화 '희생부활자'는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친구', '극비수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다. 곽 감독은 여동생인 바른손필름 곽신애 대표가 추천한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읽고 "세상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영화화를 결심했다.
곽 감독은 "이야기에 매료됐고, 이런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었다"며 "서양 좀비와 동양 귀신 사이에서 RV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희생부활자'라는 소재다. '희생부활자'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어떻게 버무리냐가 관건이다. 탄탄한 이야기와 매끈한 연출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야 관객의 선택을 받는다. 소재가 워낙 비현실적이라 관객들이 허무맹랑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작 '종료되었습니다'의 미덕은 숨 쉴 틈 없이 이어진 이야기다.
추리소설가 서미애는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늪처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소설 속 반전에 대해선 평이 갈리긴 했지만 나름 신선했다. 원작 팬들이 영화를 기다린 이유다.
영화는 원작의 소재를 차용했을 뿐, 전혀 다른 전개로 이야기를 끌고 나갔는데 여기서 큰 허점을 드러낸다.
곽 감독은 한국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모성애를 집어넣었지만 이는 신선한 소재의 색을 버리는 꼴이 됐다. 그간 자주 봐왔던 뻔한 모성애로 귀결되면서 관객은 허탈감을 느낀다.
결말도 아쉽다. 원작은 '인면수심의 흉악 범죄자에 대한 가장 완전한 심판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하지만 영화는 모성애에 호소하면서 오히려 모성애가 모든 죄를 용서하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쫀쫀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겠다.
곽 감독은 "모성애에 대해서 관계자들과 갑론을박을 벌였다"며 "신선한 소재를 끝까지 가져갈 수 있었으면 했는데 잘 안 됐다. 마지막 편집 과정에서까지 갈등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감독이 모성애를 고집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기본적인 윤리가 무너지는 걸 자주 봐서 안타까웠다"며 "영화의 첫 제목이 '부활'이었는데 괄호에 모성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영화의 결이 달라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곽 감독의 이유 있는 '고집'이지만 차라리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김래원은 엄마의 부활 후 7년 전 사건의 내막을 다시 파헤치는 검사 진홍 역을 맡았다. 김래원은 "혼란스럽고 어려운 영화였다"며 "내가 고민하고 힘든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민 엄마' 김해숙은 7년 만에 살아 돌아온 엄마 최명숙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해숙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등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극 후반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바닥에 내리찧는 모습에선 엄지가 올라간다.
그는 "할리우드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작품"이라며 "공포, 스릴러, 액션, 감동까지 다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 자신했다.
10월 12일 개봉. 91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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