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연임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재임 기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자본 여력이 '옥의 티'로 부각되고 있다.
KB손보 실적을 확연히 끌어올리며 수익성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2일 KB손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취임한 양 사장의 임기는 앞으로 4개월여 뒤인 내년 3월에 종료된다.
보험업계는 이번 임기 이후 양 사장이 다시 한 번 KB손보 수장 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국민은행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주요 후보였던 양 사장이 스스로 이를 포기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금융권에 따르면 양 사장은 지난 달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확정되기 직전까지 유력한 국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런데 KB금융이 진행한 후보 검증 과정에서 양 사장은 KB손보가 성장의 중요 시점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국민은행장 도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선 지난 9월 양 사장은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이 역시 마지막 순간 스스로 내려놨다.
이를 두고 결과와 무관하게 최근 행보 속 양 사장의 결단이 돋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양 사장은 국민은행으로 입행한 뒤 KB금융에서 경영관리와 전략기획부장, 전략기획 상무와 부사장을 거친 전략통이자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양 사장 부임 이후 KB손보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연임에 힘을 싣는 배경이 되고 있다. KB손보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3690억원으로 전년 동기(3213억원) 대비 14.8%(477억원)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813억원으로 같은 기간(2489억원) 대비 13.0%(324억원) 늘었다.
좀 더 시계를 확장해보면 KB손보의 실적 개선세는 더욱 뚜렷하다. KB손보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408억원으로 전년(2212억원) 대비 99.3%(2196억원)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737억원에서 2958억원으로 41.3%(1221억원)나 늘었다.
다만 재무건전성 면에서 뚜렷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KB손보의 지난 6월 말 지급여력(RBC)비율은 188.3%로 1년 전(188.9%)에 비해 소폭(0.6%포인트) 하락하며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이 같은 KB손보의 올해 상반기 말 RBC비율은 손보업계 평균인 247.6% 대비 59.3%포인트나 낮다. 그나마 지난해 말 168.7%까지 떨어진 수치를 올해 들어 2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린 수치다.
특히 RBC비율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2021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IFRS17은 향후 내줘야 할 보험금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부채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돼 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RBC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보험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게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통상 RBC비율 150%를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통한 자본 여력 확충에 골몰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도 업계에서는 종합 성적표를 봤을 때 양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KB손보가 KB금융의 완전한 식구가 되면서 다양한 자본 확충 방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의 재무 건전성 개선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KB금융으로의 100% 완전자회사 전환 작업을 끝내면서 KB손보의 자본력과 신뢰도는 그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양 사장이 낸 실적과 그룹 내에서 가지고 있는 신뢰 등을 고려했을 때 본인만 원한다면 무난히 연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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