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맥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국내 최초로 백화점 지하에 오픈
2030 젊은 층 끌어들이는 ‘시코르 효과’에 화장품 업계 지각변동
샤넬, 맥, 아르마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이 백화점 지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신세계 강남점의 이야기다.
백화점의 대표 상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화장품은 1층에 있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탁 트인 시야와 화려한 조명, 럭셔리 브랜드들이 즐비한 풍경은 백화점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다.
그런데 신세계백화점이 강남점이 이 공식을 깼다.
오는 24일 맥을 시작으로, 내달 15일 샤넬, 그리고 내년 1월 중순엔 아르마니가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새 매장을 연다. 화장품 럭셔리 브랜드들이 백화점 지하에 매장을 내는 것은 처음이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 곳에 새 둥지를 튼 이유는 다름 아닌 ‘시코르’ 때문이다. 올해 5월 강남점 지하 파미에스트리트에 문을 연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는 백화점을 떠났던 2030 여성들을 불러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쇼핑공간인 파미에스트리트와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식음전문관 파미에스테이션이 있다. 파미에스테이션과 파미에스트리트가 2014년, 2015년에 각각 문을 열면서 센트럴시티의 유동인구는 재개장 전에 비해 10~15%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미에스트리트는 대형 유통업체 최초로 국내외 스트리트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영 고객들의 쇼핑 메카로 자리 잡았다. 패션부터 시계, 향수, 캐릭터샵, 카페까지 다양한 장르를 한곳에 배치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게다가 올해 시코르 매장이 생기면서 파미에스트리트의 2030 고객 수는 큰 폭으로 뛰었다. ‘코덕(코스메틱 덕후;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들의 놀이터’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오픈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시코르는 국내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브랜드와 체험형 이벤트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시코르 강남점이 첫 선을 보인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파미에스트리트 구매 고객 수를 분석해보니, 20대는 전년 대비 2.5% 늘었고 30대는 6.9%나 올랐다.
특히 화장품 장르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강남점의 경우 2016년까지 화장품 장르의 20대 매출 비중이 7.1%에 머물러 있었지만, 올해 5월 시코르 오픈 이후에는 11.8%까지 올랐다. 30대 비중도 26.9%에서 31.4%로 5% 포인트 뛰었다.
이렇듯 시코르 주변에 2030 젊은 고객의 유입이 크다 보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관심도 증가했다. 화장품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샤넬과 맥은 백화점 1층에 본 매장을 운영하되, 지하 1층에선 젊은 층에 맞는 새로운 콘셉트와 포맷의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눈에 띄는 점은 시코르를 벤치마킹한 전략이다.
샤넬은 시코르의 가장 큰 특징인 ‘메이크업 셀프바’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매장처럼 직원이 계속 추천해주는 대신, 고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제품을 발라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샤넬은 지하 1층에서의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시코르 매장 근처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샤넬은 본 매장을 오픈하기 전부터 자투리 공간인 ‘스파이스 매장’을 팝업으로 배치해 영 소비자들의 집객 효과와 사업성을 실제로 확인했다. 샤넬의 기존 타깃층이 30~40대인 반면, 팝업 행사에선 20~30대의 고객이 많이 몰렸다.
무엇보다 샤넬이 주목한 점은 신규 구매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다. 기존에 샤넬을 써본 적 없는 고객들도 부담 없이 팝업 매장에 들러 자유롭게 테스트해 보고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
샤넬 측은 구매 연령층을 낮추고 다양한 신규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이번에 시코르 근처에 새 매장을 오픈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맥이 주목한 건 시코르의 ‘코덕 마케팅’이었다. 시코르는 그동안 이사배, 개코 등 SNS에서 핫한 뷰티 블로거를 초청해 메이크업쇼를 진행해 매회 200명 이상 모이는 진풍경을 연출한 적 있다.
맥 역시 오픈 전날인 23일부터 프리 오픈 이벤트를 열어 SNS, 유튜브 등에서 인기가 많은 셀럽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연말 홀리데이에 어울리는 퍼스널 메이크업쇼와 디제잉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했다. 앞으로도 매년 2~3회에 걸쳐 코덕들을 불러 신제품 프리뷰와 론칭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시코르처럼 ‘셀피존’도 만들었다. 직접 다양한 맥 아이코닉 제품들을 테스트해보고 사진을 프레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파미에스트리트 지하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 제품도 가득하다.
샤넬은 다양한 제품을 구성해 파미에스트리트 한정판으로 준비했다. 맥은 홀리데이 컬렉션을 내놓는다. 파티 등에 어울리는 섀도우, 향수, 립스틱, 브러쉬 키트 등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시코르 효과’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간 온라인과 로드샵에 밀렸던 백화점 화장품 장르가 시코르를 통해 매출이 늘었다”며 “지하 파미에스트리트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까지 배치하면서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새로운 코스메틱존 생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