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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헤비급 미오치치, 새로운 70억분의 1


입력 2018.02.04 08:10 수정 2018.02.04 16:5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은가누 위협도 막아내고 판정까지 가며 완승 이끌어

표도르-벨라스케즈가 받았던 찬사 이어받아

UFC 헤비급 챔피언 미오치치가 3차 방어전에 성공했다. ⓒ 게티이미지

스티페 미오치치(36·미국)가 UFC 헤비급 역사를 다시 썼다. UFC 헤비급에서 아무도 이루지 못한 3차 타이틀 방어전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달 21일(한국시각) 미국 보스턴 TD가든서 열린 ‘UFC 220’ 메인 이벤트는 미오치치를 위한 무대였다. 챔피언 미오치치는 가장 위험한 도전자로 평가받던 ‘포식자’ 프란시스 은가누(31·카메룬)를 맞이해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은가누의 위험한 펀치에 맞아 왼쪽 눈이 심하게 부어올랐지만 표정은 밝았다. 망가진 얼굴에서도 알 수 있듯, 세 번째 방어전을 성공시키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도전자 은가누의 기세는 대단했다. 큰 체격에 비해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며 강력한 펀치를 마구 휘둘렀다. 마치 옥타곤에 맹수 한 마리를 풀어놓은 듯했다. 이제껏 파워, 맷집에서 밀려본 적 없는 미오치치도 은가누 앞에서는 혀를 내둘렀다.

은가누는 기술적 부분의 디테일은 떨어진다. 이를 놀라운 신체 능력으로 상쇄시킨다. 그 부분을 살려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올라온 만큼, 이제까지의 상대와 격이 다른 난폭함을 과시했다. 미오치치 역시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은가누의 맷집과 힘은 이를 넘어섰다.

어쩌면 미오치치였기에 은가누의 맹공을 견디어내고 전략대로 경기를 끌어나갔다고 볼 수 있다. 미오치치 안면에도 은가누의 정타가 여러 차례 들어갔는데 맷집이 약한 파이터였다면 큰 충격을 받고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오치치는 버텨내며 주도권을 잡고 승리를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이제 ‘70억분의 1’의 명성이 미오치치에게 넘어갔다고 말한다. 그런 평가를 받았던 파이터는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2·러시아)와 케인 벨라스케즈(36·미국)까지 단 둘밖에 없었다. 그들이 헤비급 무대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다른 파이터들과 격이 달랐다.

이제 미오치치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손색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다소 밋밋한 캐릭터로 인해 인기는 떨어질지 몰라도 업적만 놓고 보면 그 이상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챔피언에 등극한 뒤 방어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미오치치는 쟁쟁한 강자들을 연파했다.

한창 상승세에 있던 파브리시우 베우둠(41·브라질)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베우둠은 벨라스케즈를 완파하며 새로운 최강자로 떠오른 상태였다. 벨라스케즈가 자랑하는 레슬링 압박은 동급 최강을 자랑하는 베우둠의 주짓수에 막혀 무용지물이 됐고, 스탠딩 싸움에서도 긴 리치를 살려 압승을 거뒀다.

베우둠 못지않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던 미오치치는 킥의 비중을 크게 하고 거리 싸움을 유지하면서 타격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베우둠은 거리를 좁혀 흐름을 바꾸려 했다. 이때 미오치치가 백스텝을 밟고 물러나면서 정확한 카운터펀치를 꽂았고, 짧으면서도 정확한 정타에 베우둠은 힘없이 쓰러졌다.

UFC 챔피언 미오치치의 기세를 보면 '70억 분의 1'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 게티이미지

알리스타 오브레임(38·네덜란드)과의 1차 방어전에서는 특유의 뚝심이 빛났다. 최근 오브레임은 아웃파이팅을 통해 맷집의 약점을 보완하고 특유의 화력을 살리는 패턴을 즐겨 쓴다. 베우둠전과 달리 거리싸움을 하면 불리한 쪽은 미오치치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오치치는 내구력을 앞세워 오브레임을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오브레임의 정확한 한 방에 미오치치는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려 다운을 허용했지만 그 뿐이었다. 차분하게 이어진 공격을 막아내고는 역으로 오브레임을 넉아웃 시켜버렸다.

챔피언이 되기 전 자신에게 한 차례 패배를 안겼던 ‘시가노’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4·브라질)와의 2차전 역시 다소 싱겁게 끝났다. 1차전 당시 미오치치는 노련한 도스 산토스에 맞서 투지로 맞불을 놓으며 혈전을 펼쳤다.

그러나 2차 방어전이 펼쳐지던 때의 미오치치는 한층 더 노련해지고 완성된 상태였다. 반대로 도스 산토스는 예전 같지 않다는 혹평이다. 격차는 한껏 벌어져 있었고 한껏 물오른 미오치치의 화력을 도스 산토스가 견디어낼 방법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은가누는 최후의 대항마나 다름없었다. 벨라스케즈가 남아있지만 잦은 부상과 재활로 출전이 쉽지 않아 도전자 후보에서 사실상 지워진 상태였다. 거침없는 미오치치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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