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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진영 "날 움직이게 하는 꿈·희망 잃지 말아야"


입력 2018.02.08 09:17 수정 2018.02.08 09:17        부수정 기자

영화 '흥부'서 악인 조항리 역

"배우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야"

영화 '흥부'에 출연한 배우 정진영은 "캐릭터를 해학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흥부'서 악인 조항리 역
"배우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야"


"희망이 있어야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거창한 꿈은 아니더라도, 내가 믿는 작은 희망은 있어야 합니다."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에서 민초들의 상징인 조혁(고 김주혁)은 "꿈을 꾸어라, 세상이 바뀔 것이다"라고 말한다. 영화의 메시지다.

극 중 조혁과 대척점에 선 배우 정진영(53)에게 물었다.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6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정진영은 "많은 사람의 희망은 가족"이라며 "가족이 아니더라도, 희망은 있어야 한다. 무언가 하게끔 만드는 희망과 꿈, 내 시간을 투자해서 집중할 수 있는 꿈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희망은 중요하다고 배우는 강조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 '흥부'는 천재작가 흥부가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고전소설 '흥부전'을 새로운 관점과 설정으로 재해석했다.

정진영은 극 중 권세에 사로잡힌 악인 조항리를 다채로운 인물로 표현했다. 정진영은 "누구나 아는 흥부전을 변주한 영화인데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전개돼 좋았다"며 "조항리를 마냥 나쁜 사람보다는, 허술하고 천박한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는 단편적인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감독님과 호흡이 잘 맞았어요. 제가 낸 의견을 다 수용해 주셨거든요. 해학을 살리면서 연기했는데 현장이 참 즐거웠던 작품입니다. 저한테는 현대극보다 사극이 더 흥미로워요.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는 것 같거든. 모든 게 낯선 상황이 오히려 더 좋아요(웃음)."

영화 '흥부'에 출연한 배우 정진영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롯데엔터테인먼트

정진영은 정우, 고 김주혁, 정해인 등 후배들과 호흡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따로 조언하지 않는다. 각자 다 준비하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후배들이 준비한 걸 선배가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다. 자칫하면 집중력을 깨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통은 감독과 배우가 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 배우의 지론이다.

"영화는 서로 맞추며 조화롭게 일하는 과정입니다. 이번 현장에서는 후배들이 잘해줬어요. 정우는 워낙 열심히 하는 후배입니다. 해인이는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예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어요. 주혁이도 듬직했고."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주혁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김주혁과 처음 만났다는 그는 "주혁이는 선하고 맑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며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다.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세상을 떠나서) 너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정진영은 또 "관객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장면을 발견할 때 재미를 느낀다"며 "촬영이 잘 풀릴 때는 잘 보이는데 반대 경우엔 아무것도 안보인다. 작품이란 게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도 완성본을 보면 놀랄 때가 있어요. 편집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거든. 근데 어쩌겠어요. 극장에 나온 결과물이 그 영화의 운명인 거죠."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정진영은 '약속'(1998), '킬러들의 수다'(2001), '달마야 놀자'(2001), '황산벌'(2003), '왕의 남자'(2005), '즐거운 인생'(2007), '브레인'(2011),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3), '국제시장'(2014), '화려한 유혹'(2015), '판도라'(2016)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영화 '흥부'에 출연한 배우 정진영은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든 현장이었다"고 말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필모그래피를 보면 앞에 나서느 공격수 같은 역할보다는 주인공을 좀 더 돋보이는 역할을 많이 하는 수비수 역할이다. 그는 "배우는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야 한다"면서 "나이가 드니 이런 기회는 줄어든다. 그래도 최근 2년간 다양한 역할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이가 좀 있는데도 존재감을 채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 많다"며 "진선규 같은 배우도 늦게 뜬 케이스"라고 했다.

정진영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궁금했다. 배우는 "늘 그렇다"는 답을 들려줬다.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없어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합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땐 '잘해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살이 붙으니깐 주변 분들이 부드럽고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듯하고요. 그래도 여전히, 아니 영원히 부족할 듯해요. 항상 긴장하며 생활하려고 합니다."

배우는 끊임 없이 자극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그는 "뛰어난 예술 작품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자극이 된다"고 미소 지었다.

정진영은 시나리오도 구상 중이다. 배우의 소박한 꿈이란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끄적이고 있어요. 잘 되면 나오는 거고, 안 되면 혼자 만들어서 볼 수도 있죠. 이 과정 자체가 즐겁습니다. 썼다 버렸다, 썼다 버렸다 합니다(웃음)."

정진영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했다. 지난 2016년~2017년까진 tvN '동네의 사생활'에도 출연했다. 그는 "'동네의 사생활'은 내가 관심 있는 역사 분야라서 재밌게 했다"며 "종영할 때 다들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정진영은 최근 소규모 예술 영화에 참여했다. 홍상수 감독의 '풀잎들'과 장률 감독의 '거위를 노래하다(가제)' 등이다. "언제 개봉할진 모르지만 재밌었어요. 예술 영화는 자기만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화라서 자극을 받아요. 제 고민이요? 연기를 못 하는 거죠. 하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깊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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