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 우승, 남달랐던 ‘언더독 반란’
시즌 초만 하더라도 꼴찌 후보로 평가 받아
리그 지배한 버튼과 MVP 후보 두경민 맹활약
원주 DB가 6년 만에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DB는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경기에서 69-79로 패했다. 하지만 2위 전주 KCC(DB와 2경기 차)가 동시간대 열린 서울 삼성과 맞대결에서 패하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정규리그는 오는 13일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DB의 정규리그 우승은 ‘언더독의 반란’이라 할 말 하다. 시즌 전, DB를 우승 후보로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에이스’ 허웅이 군에 입대했고, 포인트 가드 박지현이 은퇴했다. ‘기둥’ 윤호영은 발목 수술로 인해 시즌 초 함께 하지 못했고, 김주성도 30대 후반의 나이로 인해 오랜 시간을 뛸 수 없었다.
지난해 4월, DB의 새로운 사령탑에 오른 이상범 감독도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욕심을 내지 않고 미래를 위한 경기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빌딩 시즌으로 삼아 차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천명한 김주성도 “은퇴 시즌에 꼴찌를 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DB는 전문가와 팬은 물론 자신들의 예측까지 뛰어넘었다. 최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꿈꿨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일궜다. 개막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 KCC를 격파했고, 5연승을 내달렸다. 2018년 새해에는 13연승을 질주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4연패 부진에 빠지는 위기도 있었지만 이겨냈다.
DB의 정규리그 우승 주역으로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MVP’ 수상이 유력한 디온테 버튼을 꼽을 수 있다. 버튼은 192.6cm의 단신 외국인 선수지만 올 시즌 KBL을 지배했다. 그는 탁월한 운동 능력과 힘을 앞세운 돌파, 속공에 앞장설 수 있는 스피드, 정확한 외곽슛, 가드와 포워드를 넘나들 수 있는 다재다능함 등 DB 핵심 선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내 선수 MVP’ 후보 두경민도 빼놓을 수 없다. 5년 차 시즌을 맞이한 두경민은 KBL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압도적인 스피드, 파워 넘치는 드리블,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 등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슈팅가드의 모습을 보였다. 정규리그 막판 논란의 중심에 서며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았다.
화려한 버튼과 달리 리바운드와 수비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장신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 정확한 3점슛을 갖춘 식스맨으로 변신한 김주성, 궂은일을 도맡은 윤호영, 유력한 기량발전상(MIP) 후보인 서민수, 김태홍 등의 헌신도 DB의 정규리그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DB는 오는 13일 부산 KT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만큼 통합 우승에도 욕심을 낸다. DB는 이전까지 4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중 2번이나 통합 우승을 일궈낸 경험이 있다. 완벽한 신구조화를 이뤄낸 올 시즌, DB가 또다시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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