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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北 ‘단계적 비핵화’ 중재안 고심…멀어지는 韓美


입력 2018.04.04 00:00 수정 2018.04.04 06:00        이슬기 기자

美 “先핵폐기 後보상”, 北 “체제보장 동시에”

韓 리비아식 적용 어려워…대북 접근법 시각 차

美 “先핵폐기 後보상”, 北 “체제보장 동시에”
韓 리비아식 적용 어려워…대북 접근법 시각 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청와대가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중재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정상 간 대화는 성사됐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미의 간극은 여전하다. 미국은 핵 포기 선언이 선행된 뒤 관계 정상화를 시작하는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 간 비핵화 검증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합의 당사자는 미국이기 때문에 북미 양측에서 다양한 안을 놓고 협상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방안을 갖고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필요할 때는 긴밀히 양측과 협의해서 서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당사자와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해법이 나오는 것이지, 사전에 우리가 준비하고 논의할 것을 공개해버리면, 우리 전략도 노출하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대통령이 그동안 말씀하신 포괄적·단계적 해결 이외에는 나온 게 없다. 그 방향에 따라서 기본적 전략들이 마련된다”고 답했다.

일단 청와대는 ‘先핵폐기·後보상’ 방식은 북한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명시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합의를 도출한 뒤, 비핵화·체제보장 등의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제3의 해법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6일 대북 특사단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관건은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느냐다. 미국엔선 미국과 남·북·중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리비아식 대표주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취임하면서 한미 간 대북 접근법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리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목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필요하고, 이것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그간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를 봐왔다. 지금 상황이 희망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 내정자도 “대북 협상이 북한의 ICBM 개발용 시간벌기가 돼선 안된다”고 경계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미의 체제보장 및 경제적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김 위원장이 남북·북미 정상회담 전 중국과 전격 정상회담을 하며 한·미에 무조건 끌려가진 않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피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마크 내퍼가 전날 “북한과 리비아는 각각의 상황이 다르다. 두 상황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청와대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을 설득할 방안을 고심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선 핵폐기, 후 보상을 리비아식 해법으로 받아들이는데, 그것은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이 사용하는 리비아식 해법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까지 간 뒤에 제재 완화와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쓰는 것 같은데, 현재 북한과 리비아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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