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포그바, 역대급 맨체스터 더비서 가장 빛난 별
0-2 뒤진 후반 초반 2골 몰아쳐 대역전극 발판
폴 포그바(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역대 최고로 손꼽힐 만한 맨체스터 더비에서 가장 빛난 별이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8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맞대결에서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맨유는 최대 라이벌을 꺾고 조기 우승을 노린 맨시티의 꿈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반은 홈팀 맨시티의 압도적인 분위기였다. 짧고 빠른 패스로 손쉽게 맨유의 압박을 이겨냈고, 문전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잇달아 시도해 득점을 노렸다.
전반 25분 코너킥 상황에선 빈센트 콤파니가 강력한 헤더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31분에는 라힘 스털링의 패스를 받은 일카이 귄도간이 환상적인 터닝 동작에 이은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전반전 맨시티는 슈팅 9개를 기록해 2골을 뽑았고, 맨유는 단 1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맨유는 맨시티의 강한 전방 압박에 막혀 중앙선을 넘어서는 것도 힘겨웠다.
그러나 엘 클라시코와 함께 세계 최고의 더비로 꼽히는 맨체스터 더비였다. 올 시즌 맨시티는 EPL 역사상 최고의 팀이라 불리지만 맨유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후반전 대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3분 포그바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맨시티 골문을 위협했고, 4분 뒤 만회골이 터졌다.
맨유는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엿봤고, 알렉시스 산체스가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안데르 에레라가 가슴으로 떨궜다. 이를 순식간에 문전으로 달려든 포그바가 잡아 슈팅까지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포그바는 2분 뒤 동점골도 터뜨렸다. 산체스의 크로스를 골문 구석을 정확히 때리는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출렁였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왔고 심지어 뒤집혔다. 후반 23분 산체스의 프리킥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크리스 스몰링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또다시 맨시티의 골문을 열었다. 3-2, 소름 끼치는 반전 드라마에서 웃은 팀은 맨유였다.
최고의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멀티골을 터뜨린 포그바였다. 사실 전반전의 포그바는 맨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상대 압박에 볼을 빼앗기기 일쑤였고 수비에만 치중했다. 날카로운 패스나 슈팅은 시도조차 없었다.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서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고 쉽게 볼을 빼앗기지 않았다. 압박을 이겨내며 전진에 성공했고, 승리를 확신한 맨시티 수비진의 균열을 불러왔다. 상대 수비진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고,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에데르손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이겨낸 첫 득점은 그가 왜 특급 재능으로 불리는지를 보여줬다. 공중볼 다툼을 이겨낸 두 번째 골은 다재다능함을 증명했다.
포그바의 올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면서 ‘먹튀’ 소리를 들었다. 최근에는 혜성같이 등장한 스콧 맥토미니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면서 명단 제외라는 굴욕도 맛봤다. 일각에서는 “포그바와 무리뉴 감독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으며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에는 맨시티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포그바와 맨유를 자극했다. 그는 “두 달 전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로부터 포그바와 헨리크 미키타리안 영입을 제안받았다. 포그바는 최고의 선수지만 우리가 영입하기엔 너무 비쌌다”라면서 그를 팀 역사상 최고 이적료로 영입한 맨유를 비꼬았다.
포그바는 실력으로 말했다. 현실적으로 맨시티의 리그 우승을 저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자존심이 걸린 승부에서 이름값을 했다. 멀티골도 대단했지만, 볼과 승리에 대한 집념도 놀라웠다. 맨체스터 더비를 지배한 포그바, 팀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할만한 월드클래스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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