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채용 문제 없다더니"…금감원 검사 신뢰도 '급추락'
“채용비리 정황 발견되지 않았다”…발표 두 달만에 재조사 돌입
적발 시 ’부실검사’, 무혐의 시 ‘과잉검사’ 도마…자승자박 직면
김기식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또 다시 신한은행 임직원 자녀 채용비리 조사에 돌입했다. 지난 2월 시중은행 채용비리 검사를 사실상 정황없음으로 결론내린 지 약 두 달 만이다. 스스로의 결론을 뒤집은 이번 검사를 둘러싸고 고강도의 금융권 검사를 통해 위기에 몰린 김 원장의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채용비리 정황 발견되지 않았다”…발표 두 달만에 재조사 돌입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2일부터 신한금융 채용비리 관련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공표했다. 검사대상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등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3곳이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채용의 적정성과 더불어 금감원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한금융 관련 제보에 대한 내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에 대한 감독당국의 채용비리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우리은행발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이 촉발되자 금감원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총 2차례에 걸쳐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 11곳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됐고, 이후 검찰 압수수색 등을 통해 KEB하나,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임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여전히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 등에서 점수를 조작하거나 이해관계자를 통한 채용청탁 등 구체적인 비리 정황은 없었다는 것이 당시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다만 조사 결과 블라인드 채용제도의 미운영과 임직원 자녀 등에 대한 채용혜택 부여, 명확한 채용평가 기준 미운영 등 채용절차 상 미흡사례가 발견됐다며 해당 은행에 대한 경영 유의 또는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적발 시 ’부실검사’, 무혐의 시 ‘과잉검사’ 도마…자승자박 직면
결국 감독당국이 이번 신한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재검사에 돌입하게 되면서 감독당국으로써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여러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이번 검사를 통해 신한은행 내 채용비리 사실이 뒤늦게 드러날 경우 금감원은 앞서 진행된 채용비리 검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채용비리 검사 결과 발표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이 해당 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정황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이번 검사를 통해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특혜 의혹을 둘러싼 채용비리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정나게 되면 감독당국의 과잉검사 논란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이미 동일한 건에 대해 한 차례 이상 조사를 완료한 상황에서 구체적 정황 없이 조사를 강행했다 정작 소득이 없게 될 경우 감독당국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불필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지적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느 방향으로 흐르든 금감원 입장으로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스스로 내린 결론을 뒤집어가며 검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결론에 대한 번복으로 감독당국 검사의 신뢰도 자체가 추락한데다 최근 각종 의혹으로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김기식 원장으로부터 세간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조치 아니겠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통해 감독당국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던 신임 원장이 취임한지 불과 열흘 만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며 "문제 없다고 결론낸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손바닥 뒤집기 하듯 입장을 바꿔버리면 금융권이 어떻게 당국을 믿고 정책 규제 등에 따라가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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