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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별세] IMF위기를 기회로..대기업 최초 지주회사 전환


입력 2018.05.20 11:30 수정 2018.05.20 11:48        이홍석 기자

'고질병' 순환출자 구조 끊고 안정적 경영 토대 마련

전자·화학 등 핵심사업 중심 재편...글로벌 LG로 도약

IMF 외환 위기 극복...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구본무 LG그룹 회장.ⓒLG
'고질병' 순환출자 구조 끊고 안정적 경영 토대 마련
전자·화학 등 핵심사업 중심 재펴...글로벌 LG로 도약


타계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두 번째 업적은 선제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해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 토대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있다.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도 국내 기업들의 고질병으로 자리잡고 있는 순환출자를 고리를 끊고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난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선제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국내 기업 모범

구 회장은 취임 3년째를 맞은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심각한 위기를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그동안 운영해오던 그룹의 경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내 대기업집단이 적은 자본으로도 소위 문어발식 확장을 할 수 있었던 순환 및 상호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고 지분을 출자했다는 이유로 사업적으로 무관한 계열사에 자금지원 부담을 없앤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계획을 밝혔다.

이후 지주회사체제 전환 작업을 통해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함으로써,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사업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하는 선진적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LG 계열사들이 출자 등 다른 부분에 신경쓰지 않고 사업에만 매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구 회장의 이 같은 미래 경영환경에 대한 선견지명은 중장기적으로 LG가 공고한 지주회사 체제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구 회장은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한 후 당시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릴레이 미팅을 통해 “앞으로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책임경영으로 사업에만 매진해 주십시오”라고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에만 집중해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극복 업적...반도체 '빅딜' 디스플레이로 극복

외환위기 당시 위기 극복도 구 회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구 회장은 지난 1998년 말 정부의 빅딜 논의로 반도체사업(LG반도체)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액정표시장치(LCD) 전문기업 ‘LG LCD’를 설립했다.

당시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고 있었던 LCD사업을 따로 분리하여 별도의 LCD 전문기업인 ‘LG LCD’를 설립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그룹의 운명과 장래를 고려해 수없이 많은 고뇌 끝에 대규모 장치산업인 디스플레이 사업 육성이라는 새로운 길 개척에 나선 것이다.

반도체 빅딜 직후 외자유치 협상에 속도를 올리며 전력투구해 1999년 5월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당시 국내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달러의 자본유치에 성공하고 3개월 후 합작법인 LG필립스LCD를 출범시켰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LCD분야의 기초 기술력을 보유한 필립스와 응용기술이 강한 LG의 공동 합작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 합작으로 LG는 대규모 신규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전세계 LCD시장의 급격한 수요 증가를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필립스와 결별해 지난 2008년 단독법인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후 이러한 성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이어져 전 세계 최초 대형 OLED 패널과 OLED TV 개발에 성공하며 글로벌 기술도 주도하고 있다.

구 회장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향한 집념은 사업에 첫 진출한 지난 1995년 이래 지난 20여년간 4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LG가 사업의 강자로 떠오르게 했다. 지난 1995년 경북 구미에서 첫 번째 공장을 가동할 당시 임직원 수 1100명과 매출액 15억원 규모의 기업을 임직원 3만여 명에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육성한 것이다.

LG 핵심사업부문.ⓒLG
국내 4대 기업과 글로벌 기업 자리매김한 LG

또 취임 이듬해인 1996년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한 뒤 2000년 유선사업을 인수하며 통신사업을 강화하고 2010년에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개사의 합병을 통해 LG유플러스를 출범하며 통신사업을 LG의 주력사업 기반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LG는 그룹 매출이 구 회장 취임 이후 5배 이상(1994년 말 30조원대→2017년 160조원대) 증가했으며 국내 4대 기업의 한 축으로 공고히 자리 잡게 됐다. 또 해외 매출도 약 10조원에서 약 110조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도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구 본무 회장은 최근까지도 자동차 부품와 에너지 솔루션 등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면 신성장동력 확보 노력을 멈추지 않아왔다. 그는 평소 “사업 성과에 대한 LG의 판단기준은 한해 동안 거둔 이익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씨를 뿌리고 시장을 이끄는 시도를 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라며 미래 준비를 강조해 왔다.

자동차부품 분야는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이 전기차와 스마트카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위한 각종 부품과 솔루션 개발사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태양광)부터 저장(에너지저장장치·ESS), 효율적 사용 및 관리(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이르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을 확보하고, 에너지 신산업 시장의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은 많은 국내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도전 정신은 후대 경영진들에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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