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외국인 등기이사로 면허취소? 항공산업 약화 우려"
국토부 진에어 면허취소 검토, 소급 적용 논란
"오너 일가 잡으려다 죄 없는 직원들만 피해"
국토부 진에어 면허취소 검토, 소급 적용 논란
"오너 일가 잡으려다 죄 없는 직원들만 피해"
국토교통부가 29일 진에어의 불법 등기이사 선임 문제에 대한 조치를 발표하는 가운데 면허 취소 가능성에 대한 항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법 사항이 해소된 사항에 대한 소급 처벌 논란과 함께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국토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29일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과 조사 결과, 제재 조치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발적으로 해소한 불법행위, 뒤늦게 처벌하려는 국토부
진에어는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전무를 지난 2010~2016년까지 6년간 기타비상무·사내이사로 등재했다. 이는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외국 국적을 보유한 자가 항공운송사업자의 등기 이사를 맡지 못하도록 한 항공사업법과 항공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조현민 전 전무의 이른바 '물컵갑질' 사건이 발생한 후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문제가 뒤늦게 불거지자 두 달 가까이 조사와 함께 내부 감사를 진행해 왔다. 현재 제재 조치로는 가장 강력한 항공면허 취소를 비롯, 면허 정지, 대규모 과징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항공업계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불법 행위가 해소된 부분을 뒤늦게 소급 적용해 법적 처벌을 내리려 한다는 점이다.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할 당시,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관련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조현민 전 전무는 외국 국적자의 등기이사 등재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16년 3월 사내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처럼 이미 자발적으로 위법사항을 해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이를 소급해 처벌하려는 것은 더군다나 자발적으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일을 두고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문제를 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면허취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향후 이에 대한 법정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미 스스로 직위에서 물러나 불법성이 해소된 상황으로 두고 뒤늦게 처벌하는 것은 소급 적용 논란이 일수 있다”며 “더구나 이를 면허 취소 사유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관리감독 소홀한 국토부, 업체에만 책임전가 비판
특히 국토부가 담당부처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은 그대로 둔 채 업체에게만 책임을 지우려는 태도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에어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항공운송사업 면허 변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국토부로부터 지적이나 행정지도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
여기에 항공운송사업자의 외국인 등기이사 배제 조항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 만큼 이번 건에 대한 처벌은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진에어의 면허 취소가 주주 피해와 임직원 고용 문제 등 기업의 문제를 넘어서 국내 항공 산업의 약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잘못된 행동을 잡으려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죄없는 직원들에게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대한항공 노조도 진에어 직원들의 고용 안정이 최우선인 만큼 진에어 면허 취소에 대한 검토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정부가 진에어의 면허 취소 검토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처벌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오너 일가의 법적 처벌과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국토부 담당자의 책임도 물어야 하지만 그 무엇보다 회사 직원들의 고용 안정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국토부는 진에어 면허 취소 검토를 최대한 신중히 해야 할 것”이라며 “그 무엇보다 우선시 해야 할 것은 진에어 직원들의 고용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의 검토 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며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여 진에어 직원들이 고용 피해를 보게 된다면 이는 항공사 노동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우리 계열사 직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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