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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에 "영세·중소기업 존폐 기로"


입력 2018.07.14 11:18 수정 2018.07.14 12:47        이홍석 기자

내년도 인상 폭 10.9%로 결정...업종·규모별 차등적용도 부결

경총·중기중앙회 등 비판 한목소리...“공익위원·근로자위원 책임"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성태 위원.ⓒ연합뉴스
내년도 인상 폭 10.9%로 결정...업종·규모별 차등적용도 부결
경총·중기중앙회 등 비판 한목소리...“공익위원·근로자위원 책임"


최저임금위원회가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10.9%(시급 8350원)로 결정하면서 경제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결정이 고용 악화 현실에 맞지 않는데다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요구한 최저임금의 업종·기업규모별 차등 적용도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최저임금심의 진행 중 불참을 선언한 사용자위원들은 14일 최저임금 결정 뒤 입장문을 내고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악화하는 고용 현실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고율 인상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투자 위축과 수출 둔화 속에서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고용도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이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다소나마 경감시키고자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부결됐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존폐의 기로에 설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뤄진 것“이라며 ”향후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비록 올해는 무산됐지만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목소리를 감안해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를 뒷받침할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단체들, 두 자릿수 인상에 일제히 비판 한 목소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 사용자단체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경총은 "경영계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고용 부진이 지속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또 다시 이뤄진 최저임금 고율 인상의 부작용을 경감시킬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인상이 어떤 경제지표로도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이번 결정이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욱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실제 지급주체인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일체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저임금 구분 적용 부결에 대해서도 “현장에서는 업무 난이도와 수준에 상관없이 임금이 일률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영세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하여 정부가 실질적 부담경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 가운데 공익위원들이 투표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결정, 절차적·내용적 정당성 상실”...경제 악재 우려도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수용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분노를 표했다. 사용자위원들의 불참 속에서 이뤄진 이번 결정이 잘 짜여진 모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돼 절차적·내용적 정당성마저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이에 지난 12일 선포한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을 흔들림 없이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며 “2019년도 최저임금과는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의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헌법에 입각한 ‘국민 저항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지불능력의 한계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요구를 무시한 채 관계당국과 최저임금위원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인건비의 과도한 상승으로 인한 원가 반영을 각 업종별로 구체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으로 이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너른 이해도 구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의 염원을 외면하고 또 한 번의 기록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최저임금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전원의 즉각 사퇴를 준엄하게 촉구한다”며 글을 맺었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대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현재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변수로 경제여건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협력사 등의 문제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주로 최저임금을 넘은 대기업들이어서 큰 타격이 있지는 않다”면서도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려되며 이는 동반성장과 상생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이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 가양동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들을 늘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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