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경양식집 사태가 맛집방송 조작 문제로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편에 나온 경양식집에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졌다. 백종원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진실 되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백종원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진실 되지 않은 태도라는 것도 백종원 면전에선 그 말을 묵묵히 들었다가 나중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는 건데, 조언을 모두 들은 다음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는 그 사람의 자유다. 자기가 자기 생각대로 하는 것을 남이 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경양식집 사장을 거의 윤리적인 차원에서까지 비난했다. 그 사장이 남을 해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그 경양식집 음식이 맛있다는 후기를 남긴 블로그에까지 몰려가 악플을 퍼부어댔다. 사람들이 백종원을 너무 절대화하면서 그의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악인으로 단정하는 건 문제다.
사람들은 백종원의 말을 따르지 않을 거면 왜 ‘골목식당’ 방송을 신청했느냐고 한다. ‘골목식당’ 방송 중에 보인 경양식집 사장의 짜증내는 듯한 태도도 윤리적인 단죄의 이유가 됐다. 하지만 그 사장 입장에선 단순히 홍보와 약간의 도움을 얻는 정도만 생각하고 방송을 신청했을 수 있다. 그 사장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그 사장의 생각과 ‘골목식당’의 콘셉트가 달라서 문제가 생겼을 뿐이지 그 사장만 단죄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장 입장에선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망신주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골목식당’에 놀라 짜증이 났을 수 있다. 일반적인 방송이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고, 그 사장은 일반적인 방송 수준을 기대했을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은 바로 그 ‘일반적인 방송’에까지 번졌다. 이 경양식집이 과거 지상파 프로그램 맛집 소개 코너에 등장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 경양식집은 ‘장인의 맛집’으로 소개됐다. 프로그램은 이 경양식집의 음식을 두고 ‘맛의 혁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찬사를 보냈고, ‘골목식당’에서 비난 받았던 와인잔 장국까지 좋은 사례로 소개했다.
이것이 황당한 것은 이 경양식집 사장이 ‘골목식당’에서 자기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식에 대한 내공이 깊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상파 맛집 소개 프로그램은 이 사장을 ‘장인’이라고 소개했다.
이러니 맛집 방송의 신뢰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골목식당’ 나비효과다. 최근에도 한 유명 요리사가 ‘770만 원만 내면 맛집 방송에 출연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폭로했다. 이것에 대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하겠느냐면서 이 제안이 거짓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에 스스로 아마추어라고 하는 사장을 ‘장인’이라고 소개한 맛집 방송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맛집 방송이 사실은 광고에 불과하다는 점이 폭로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경양식집 사장이라든가 일부 자영업자들이 방송 출연을 광고 정도로 가볍게 여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기존 맛집 방송의 신뢰성이 추락했기 때문에 ‘골목식당’처럼 있는 그대로 내보낸다고 간주되는 프로그램에 인기가 집중된다. 이영자의 맛집 소개가 뜬 것도 거짓말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송의 신뢰성 붕괴로 인해,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유명인의 음식 방송이 당분간은 관심을 독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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