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3분기 '고전'…"해외 시장 확대 총력"
중국 사드보복 이후 침체 지속…외형 늘었으나 수익성은 여전히 낮아
국내서 눈돌려 '해외로 해외로'…30개국 진출 목표로 투자 확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 3분기 수익성이 대폭 하락했다. 내수 침체에 더해 업계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 여파를 회복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그룹 측은 유통 및 판매 전략을 지속 강화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매출액이 1조462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영업이익은 847억원으로 작년보다 36%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538억원으로 47.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중국의 사드보복을 기점으로 시작된 침체가 별다른 반등 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도 3분기 매출액은 1조2784억원으로 5.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7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뷰티 시장의 경쟁 심화 속에서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했다"며 "이로 인해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등 전반적인 판매관리비 규모가 확대돼 수익성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늘었지만 얼어붙은 내수실적=계열사별 국내 실적을 살펴보면,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브랜드(설화수·헤라·프리메라·바이탈뷰티 등)의 판매 호조와 관광객 증가로 작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8397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그러나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은 27% 감소한 491억원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아이오페·라네즈·마몽드 등) 부문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해 유통 전략을 재편했다. '아이오페 스킨위크'와 '한율 자연여행' 등 고객 체험 이벤트를 마련하고, 다채로운 체험 콘텐츠를 갖춘 멀티 브랜드숍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을 론칭한 것이 그 예다.
멀티숍이 시장 변화를 주도하면서 원브랜드숍 실적은 줄줄이 하락했다. 국내 1위 로드숍인 이니스프리 매출은 145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29% 줄었다. 에뛰드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475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회사 측은 "이니스프리는 면세와 온라인 채널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지만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하락했다"면서 "에뛰드는 전반적인 로드숍 시장의 침체 영향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아세안·북미서 '매출성장'…인도·필리핀 진출 앞둬=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실적 턴어라운드를 앞당기기 위해 해외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가에 따라 출점 전략을 달리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 3분기에는 아세안과 북미 시장에서 각각 20%, 30%가 넘는 높은 성장세가 나타났다.
이 기간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 증가한 4472억원을, 영업이익은 42% 감소한 262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시장에서 라네즈·이니스프리의 선전으로 작년보다 36% 증가한 매출 186억원을 거뒀고, 아시아에서는 브랜드 마케팅과 채널 확장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4% 성장한 422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는 설화수 등 주요 브랜드의 스테디셀러가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유통 채널 재정비와 시장 확대 전략이 병행됐다. 마몽드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 '티몰'과 함께 신제품 이벤트를 진행했고, 세포라·이브앤보이 등 아세안의 멀티숍 채널과 디지털 플랫폼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이니스프리는 창저우, 닝보 등 중국의 3~4성급 도시와 말레이시아 페낭,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등 아세안의 2성급 도시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에뛰드는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중동에서 매출 호조를 보이면서도 국가별 차별화된 출점 전략을 구사하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내년 국내외 사업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라네즈와 에뛰드가 인도에 추가 진출하고, 필리핀에는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새롭게 진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달 본사에서 열린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현재 약 15개에 이르는 해외 진출국을 30개국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