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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무사의 세월호 사찰을 위한 변론


입력 2018.11.08 06:08 수정 2018.11.12 15:41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사찰은 항상, 그리고 그 자체가 범죄인가

본연의 기능인 '적법·타당한 사찰' 있을수 있어

팽목항에 군병력 투입, 기무부대원 동행은 당연

유족 애로 청취해 내부보고한 게 돌던질 일인가

<칼럼> 사찰은 항상, 그리고 그 자체가 범죄인가
본연의 기능인 '적법·타당한 사찰' 있을수 있어


정경두 국방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금은 안보지원사령부로 이름이 바뀐 옛 기무사 장성들이 민간인(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했다는 죄목으로 또 법정에 서게 됐다.

사찰은 법에는 없는 용어인데 언젠가부터 매우 불의하고 불법적인 의미로 굳어진 것 같다. 사찰의 뜻은 무엇이고, 수사와 어떻게 다른가.

'수사(搜査)'는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 본연의 역할이고 기능이지만, 수사 활동이라 해서 항상 어떤 경우에도 옳고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적법·타당한 수사는 당하는 입장에서 불편해도 용인되는 일이지만, 위법·부당한 수사는 아무리 국가기관의 활동이라도 명백한 범죄이다.

'사찰(査察)'은 어떠한가. 용어가 주는 느낌이 웬지 음침해서 탈이지만, 그 사전적 의미는 정보의 수집 또는 동향관찰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군과 관련된 정보수집과 관련자의 동향관찰을 주로 담당해온 옛 기무사로서는 사찰이 주된 기능 또는 임무의 하나라 봐도 무리가 아니다.

사찰 기능도 수사처럼 '적법·타당한 사찰'과 '위법·부당한 사찰'로 구분할 수 있을까.

필자는 과거부터 당연히 구분이 되고 또한 그렇게 구분해 평가함이 옳다고 주장해 왔다. 즉, 사찰을 했다고 무조건 범죄시 할 게 아니라, 의도나 방법 등 측면에서 위법·부당한 사찰을 한때만 범죄로 문제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찰기관에게 왜 사찰을 했느냐고 공격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지난 6일 4년전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6개월간 유족들이 지냈던 팽목항 지역 관할 기무부대와 단원고가 있는 안산 지역 관할 기무부대가 수행한 동향파악 활동 몇 가지를 '박근혜정부 수호목적'의 직권남용죄로 단정하고, 당시 기무사 간부였던 현역 장군 2명을 포함하여 모두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스스로도 위법한 사찰이냐 적법한 사찰이냐를 구분해서 따지지는 않고, 단지 기무사가 민간인을 사찰했으니 불법이고 범죄라는 식으로 스스로 옥죄는 것 같아 보인다.

이것이 정말 법리적으로나 군조직과 기능의 존립 측면에서 온당한 일인가.

기무사는 이미 과거에 민간인 사찰활동 때문에 몇 번이나 그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형사처벌이나 정치적 보복인사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 민간인 사찰에는 트라우마가 있는 조직이다.

그런 기무사의 부대원들이 왜, 민간선박인 세월호 사고의 민간인 유족들을 상대로 그렇게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서 반응과 동향을 파악하고, 단원고가 있는 안산 지역에서도 바다에서 인양된 사체의 이송 문제며 장례식 동향까지 파악을 하고 내부보고를 하고 여론수습책을 검토했을까.

바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정말 국방부 발표대로 그 당시 박근혜정부의 수호 또는 지지율 제고를 위해 그런 어처구니없는 충성을 했던 것일까.

팽목항에 군병력 투입, 기무부대원 동행은 당연
유족 애로 청취해 내부보고한 게 돌던질 일인가


조현전 전 사령관을 비롯한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들이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지금이 아니라 그 당시로 돌아가 보자.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이후 6개월은 사체인양 작업에 투입된 기관은 물론이고, 전국에 사망·실종자를 위한 분향소를 만드는 등 가히 모든 국가기관과 지자체가 그 사고에 직간접적으로 매달리거나 영향을 받았다.

심지어 그해 6월 전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의 경우, 마치 국상(國喪)이라도 난 듯이 선거 때면 등장하는 선거유세차와 선거로고송조차 쓰지 못하게 했다.

그 뿐인가, 중앙정부 각 기관과 지자체는 세월호와 같은 해난사고와 관계도 없는 도심지 시설안전, 공사장 안전, 심지어 교통사고 안전대책까지 매뉴얼을 따지고 만들어야 했다.

이런 일들이 모두 박근혜정부의 수호를 위한 것이었나.

그 당시 기무사도 역시 다른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세월호 문제에 매달릴, 충분하고도 납득할만한 경위나 이유가 있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몇 달 이상 사체인양 활동에 해군 군함과 많은 해군장병이 투입되었는데, 하루이틀이 아니라 이처럼 상당기간 많은 군 병력이 대민 분야에 투입되면 기무사가 따라가 해야할 본연의 임무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들에 의하면, 군 병력이 상당한 기간 동안 작전 차원에서 투입되면 장병들의 기강확립이나 군사보안, 또 대외적으로는 군이 적정하게 일을 하는지에 대한 외부 평가나 여론을 점검해서 대처를 해야 한다고 한다.

발표된 기무사의 세월호 사찰사건 공소장에는 기무부대원들이 현장에 노출된 상황을 정리·분석해 보고한 내용이 대부분일뿐, 유족들 몰래 전화나 메일을 감청하는 것 같은 인권침해적 염탐 활동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유일하게 감청활동을 한 것은 세월호를 운영한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 검거 과정에서였다. 당시 소재를 알 수 없던 유병언을 검거하기 위해서 전 국가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이 총동원됐다. 기무부대도 그런 차원에서 감청을 한 것이 과연 돌던질 일인가.

더 기막힌 것은 공소장에는 기무부대 직원들이 진도체육관에서 사체인양과 수습을 애타게 기다리던 유족들의 애로나 요망사항을 청취해 내부보고를 한 일, 안산에서 유족들의 장례와 관련한 요구사항을 청취한 일까지 직권을 남용한 불법사찰의 사례로 예시돼 있다.

당시 유족들 입장에서는 군인들과 각 부처 기관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 자신들의 불만과 요구를 들어주고 도와주는 것을 고마워했을 것이다.

아무리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전 정부의 대처를 문제삼고자 해도, 이런 활동들까지 직권남용의 범죄로 취급하고, 당시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임무에 충실했던 기무사 군 현역 장성들을 범죄자로 잡아 가두는 것은 그 자체는 물론, 앞으로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 특정 세력의 여론에 영합한 '적폐몰이'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 민간분야에서 대형재난 사고가 다시 터질 때, 인명 구조나 현장수습을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경우가 과연 생기지 않을 것인가.

군이 투입된 작전상황에서 군 정보분야 직원들이 사고현장 상황이나 피해관련 주민들의 불만여론 동향을 파악해서 상부보고하면, 이를 모두 민간인 불법사찰로, 직권남용죄로 취급해야 할 것인가.

국민의 안녕도 책임져야 하고 군 통수권자이기도 한 대통령과 그 명을 받아 국군장병을 통솔하는 국방부장관은 이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글/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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