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의 역설 [기자수첩-유통]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6.03.30 07:00  수정 2026.03.30 07:00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시 소상공인·골목상권 생존 위협

새벽배송 금지해도 소비자들 다른 채널로 이동할 가능성 커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 강화 절실…변화한 시대에 맞는 전환 필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형마트 새벽배송 추진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뉴시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불붙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들은 지난 10일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한계 상황에 놓인 가운데 자본력과 물류망을 갖춘 대형마트에 새벽배송까지 허용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소상공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와 을지로위원회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통법은 거대 자본을 가진 대형마트로부터 영세 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은 단순히 배송 시간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사회가 어렵게 만들어온 상생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형마트에 새벽배송까지 허용될 경우 대기업들이 지역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그 피해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과연 새벽배송을 막는 것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되살리는 해법이냐는 점이다.


현실은 다르다. 소비자는 이미 모바일 중심의 쇼핑 소비에 익숙해졌고 시간과 편의성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금지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다시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규제를 피해 온라인 플랫폼이나 다른 유통 채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다수의 연구 결과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일요일)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의 630만원보다 낮았다.


또한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2월 공개한 ‘대규모 점포 영업규제 완화 효과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제’를 주중 휴업으로 바꾼 지자체인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의 마트 주변 상권에서 주말 평균 매출이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규제의 화살은 대형마트를 겨누지만 실질적인 반사이익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이 아닌 또 다른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다. 보호하려던 대상은 그대로인 채 시장 전체의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셈이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해법은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 강화에 있다. 전통시장 만의 차별화된 상품, 지역 연계 서비스 등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막는 방식으로는 변화한 소비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누구를 막을 것인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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