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꼬인 한국GM 사태…항소? 산은 설득?
법정다툼시 장기화…산은 설득은 여론이 관건
한국GM의 연구개발(R&D) 부문 법인분리 작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GM 경영정상화 플랜도 큰 난관을 맞게 됐다. 회사측은 경영정상화의 전제조건인 글로벌 신차의 개발과 국내 생산을 위해 법인분리가 필수인 만큼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고법 민사40부(부장 배기열)는 지난 28일 한국GM 2대 주주(지분 17.02%)인 산업은행이 “주주총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한국GM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한국GM이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결의한 R&D 법인 분할계획서 승인 건의 효력은 정지됐다.
이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법인분리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달 3일까지 신설 연구개발 법인 등기를 마친다는 한국GM의 계획도 보류가 불가피해졌다.
회사측은 “고등법원의 이번 항고심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그 결과에 실망했으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현재 가능한 모든 항소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고, 독립적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을 통해 더 많은 미래의 프로젝트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법인분리 작업의 지속 의지를 밝혔다.
공식적으로 항소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항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처분 인용이 항소로 뒤집힌 케이스는 거의 없으며, 가처분 인용에 대한 항소가 이뤄진 사례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항소를 제외한다면 예상할 수 있는 한국GM의 대응은 이번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진행 중인 본안소송으로 ‘끝장’을 보거나 산은을 설득해 다시 주총을 여는 두 가지 정도다.
주총에서 결의된 법인분리 안건 자체를 놓고 진행 중인 본안소송으로 결판을 낸다면 가부가 깔끔하게 정리되겠지만 이 경우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
항소를 거쳐 대법원까지 간다면 수 년이 걸릴 수도 있고, 그때까지 한국지엠의 법인분리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GM(제너럴모터스) 본사가 약속한 한국에서의 신형 SUV 개발이나 신형 CUV 및 소형 SUV 생산 배정 등의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법적 공방을 포기하고 산은을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 법원의 이번 가처분 인용은 ‘회사 분할은 85%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특별결의 대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인 만큼 산은을 설득해 찬성표를 보장받은 상태에서 다시 주총을 열어 법인분리 안건을 특별결의사항으로 재상정해 통과시키면 된다.
다만 이런 방식은 한국GM 입장에서는 산은의 모호한 태도가 리스크다. 산은은 그동안 한국GM 법인분리 자체를 놓고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이번 가처분 신청도 절차상의 문제를 놓고 이뤄진 것이지 안건 자체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GM측은 산은에 법인분리의 의도와 목적,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지만, 설령 산은이 이에 공감했다 하더라도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섣불리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민 여론은 외국계 회사인 한국GM에 혈세를 투입한다는 데 대한 반발이 크고, 한국GM 노조는 법인분리가 한국 철수의 사전작업이라는 식의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국GM 법인분리와 관련, 국회에 몇 번씩 불려나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한국GM 법인분리에 대놓고 찬성하긴 쉽지 않다.
한국GM 관계자는 “GM 본사로부터 신차 연구개발과 글로벌 소형 SUV 및 CUV의 국내 생산을 배정받아 경영정상화를 이루려면 법인분리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가능한 빨리 법인분리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 법원 판결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법적 대응이나 산은과의 대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