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냐 애경이냐” 가습기 살균제 책임공방

SK케미칼, 계약서상에 사고시 전적인 책임 명시

애경산업 前대표·전직 임원들 영장 기각

SK케미칼, 계약서상에 사고시 전적인 책임 명시
애경산업 前대표·전직 임원들 영장 기각

ⓒ연합뉴스

수많은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의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제조사인 SK케미칼과 판매업체인 애경산업 중 책임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들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CMIT·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가습기 메이트는 1994년 SK의 전신인 유공에서 개발해 1994년부터 부터 2002년까지 약 8년간 유공, SK케미칼 및 동산C&G를 통해 판매했던 제품이다. 동산C&G는 SK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한 SKM의 계열사로 지난 2001년 파산했다.

이후 SK케미칼은 필러물산에 CMIT를 공급하고 제조를 의뢰해 가습기메이트 완제품을 받아 애경산업과 ‘물품공급계약’ 및 ‘PL계약’을 맺고 납품했다.

애경산업은 1994년부터 8년간 동산C&G를 통해 아무런 문제 없이 판매된 점과 SK케미칼이 가습기 메이트로 인한 피해 발생 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제조물책임(PL) 계약을 체결해 안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안전성 검증과 관련해서는 당시의 부족한 기술력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국내 민간기업에서 흡입실험의 의뢰가 가능했던 국내 최초의 GLP 기관은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로 2007년 급성 및 반복 흡입독성 시험, 2010년 아민성 흡입독성 시험의 의뢰가 시작됐다. 흡입실험을 통한 위해성 평가가 아민성 시험임을 고려할 때 실제 민간기업에서 의뢰할 수 있던 최초 시기는 2010년으로 2002년 당시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애경산업 측은 2002년 당시 SK케미칼이 향균제 관련 국내 최고의 전문 업체로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을 진행하고 있어 기술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 전 대표 영장실질심사 기각…“책임 범위에 다툼의 여지 있어”

3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부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6년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습기살균제 업체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주요 혐의로 적용해 사법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9일 안웅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4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나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안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어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본 건 가습기 살균제 제품(가습기 메이트)에 사용된 원료물질의 특성과 그 동안의 유해성 평가결과, 같은 원료물질을 사용한 타 업체의 종전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출시 및 유통현황, 피의자 회사(애경산업)와 원료물질 공급업체(SK케미칼)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에 비춰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수사 진행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사유 내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이날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전직 애경산업 임원 이모·김모·진모 씨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가습기 메이트 제조와 판매 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으려던 검찰의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