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감사제 확대 첫 해…금융지주 대출 관리 '타깃'

자산 2조 이상 상장사부터 경영 유의사항 강조 표시

금융지주들, 대출 관련 충당금·상품 평가 공통 화두

자산 2조 이상 상장사부터 경영 유의사항 강조 표시
금융지주들, 대출 관련 충당금·상품 평가 공통 화두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경영 불확실성과 관련된 핵심 사항을 담도록 하는 핵심감사제가 확대 적용된 첫 해, 금융지주들에서는 대출 관리가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게티이미지뱅크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경영 불확실성과 관련된 핵심 사항을 담도록 하는 핵심감사제가 확대 적용된 첫 해, 금융지주들에서는 대출 관리가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불어나면서 금융사들이 이에 대한 부실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는 당부로 풀이된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파생상품 등 금융 상품의 가치 평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올해 작성된 2018년 사업보고서부터 핵심감사제가 도입됐다. 2015년 수주산업에 한해 도입된 핵심감사제는 올해부터 대상 확대가 시작돼 자산 1000억원 이상은 2019년 사업보고서부터, 2020년에는 모든 상장사에 시행된다.

핵심감사제는 회계 처리가 복잡한 핵심 항목에 대해 감사인이 수행한 감사 내역을 보고서 앞면에 작성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감사보고서에 '적정' 등 단순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보다 감사인이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위험을 들여다보고 감사보고서에 기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선정된 핵심감사 사항은 감사인이 담당 기업의 해당 기간 재무제표에서 가장 유의해야 한다고 판단한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유동성 부족 등의 부정적인 자금동향이나 거래처의 채무, 노조 파업, 특허 만료 등 기업 경영에 중요한 내용들이 포함된다.

국내 주요 대형 금융지주들 대부분도 최근 핵심감사제가 적용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내놨다. 금융지주의 감사보고서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출과 연계된 항목들이었다.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의 외부 감사인들은 일제히 대출과 그에 따른 충당금을 핵심감사 사항으로 꼽았다.

충당금은 대출 등 여러 특정 재무제표 항목들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비용에 대비해 기업으로 하여금 미리 부채로 잡도록 하는 금액이다. 즉, 충당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향후 해당 기업에서 빠져나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잠재 손실이 불어나고 있는 의미다.

감사인들은 대출 신용등급 산정 시 비재무항목 평가가 심사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뤄지면서 신용등급이 부정확하게 산정되거나, 신용위험의 유의적 하락이 제 때 확인되지 않아 충당금이 왜곡될 위험 등을 이유로 집합평가 신용손실 충당금을 해당 금융지주들의 핵심감사사항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개별평가 대상 신용손실 충당금 역시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할 때 주관의 개입으로 인한 낙관적 수치 반영으로 왜곡될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9)이 시행되면 복잡해진 기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더불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금융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영역도 핵심감사 사항으로 꼽혔다. 시장에서 관측 불가능한 정보에 기초한 금융 상품 공정 가치 평가 시 할인율이나 주가 등을 잘못 적용하거나,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할 때 가정이 합리적이지 않아 왜곡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해석이다.

KB금융의 감사인은 장외 파생상품 공정 가치 평가를 핵심감사 사항으로 삼았다. 종속회사 중 KB증권의 장외파생상품 평가가 그 특성 상 기법이 복잡하고, 투입 변수와 가정 등에 경영진의 추정과 판단이 포함되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외부적으로 세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금융사들의 상품 가치 평가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향후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통화정책을 보다 신중하게 운영하겠다고 시사했지만, 아직 그 청사진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의 불안 요인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회계 이슈가 사회적 논란으로 부각되면서 핵심감사제도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사들의 경우 자산과 부채 평가 영역에 대한 감사가 강화돼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