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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혜준 "'미성년' 개봉, 꿈꾸는 듯해요"


입력 2019.04.14 08:10 수정 2019.04.16 09:23        부수정 기자

김윤석 감독 데뷔작 '미성년' 주연

고등학생 주리 역 맡아 호평

배우 김혜준은 영화 '미성년'에서 주인공 주리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우 김혜준은 영화 '미성년'에서 주인공 주리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윤석 감독 데뷔작 '미성년' 주연
고등학생 주리 역 맡아 호평


아빠의 불륜을 알아챈 고등학생 주리(김혜준). 혹여나 엄마가 이 사실을 알까 봐 사태를 해결하려 고군분투한다. 그것도 당차게.

주리는 사태 해결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아빠를 향해 쏘아붙인다. "나 이제부터 아빠 딸 안 할래." 강력한 한 방이다.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에서 주리를 연기한 김혜준(23)은 주리처럼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얘기했다. 올해 스물 다섯인 그는 8년을 뛰어넘어 고등학생을 소화했다. 스크린 속 앳된 고등학생 이미지가 얼굴에 가득했다.

10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김혜준은 "1년 전 찍은 영화를 보니 꿈을 꾼 듯하다"며 "울컥했고, 부끄럽기도 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촬영은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두 달간 했다. 영화 주연은 처음이다. 그가 주연한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무책임한 어른과 어른스러운 아이를 보여주며 나이와 상관없는 '선택에 따른 책임'의 중요성을 짚는다.

김혜준이 연기한 주리와 박세진이 맡은 윤아, 두 주인공이 극을 이끈다. 신예 배우 둘은 이 어려운 역할을 매끈하게 해냈다.

꼬박 1년이 지난 영화를 본 김혜준은 만감이 교차한 듯했다. "신기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법하다. 다행히 언론 평가는 좋다. 현실적이면서 재밌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영화를 세 차례 봤다는 김혜준은 "처음 봤을 때는 내 얼굴, 연기만 보이더니 이후부터는 조금씩 시야가 넓어졌다"며 "개봉하고 나서 세진이랑 함께 보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 '미성년'에서 주인공 주리 역을 맡은 김혜준은 "첫 영화가 좋은 평가를 얻어 기쁘다"고 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영화 '미성년'에서 주인공 주리 역을 맡은 김혜준은 "첫 영화가 좋은 평가를 얻어 기쁘다"고 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혜준은 영화의 첫 장면을 담당했다. 부담이 됐을 법하다. "영화에서 첫 장면이 중요하잖아요. 긴장을 많이 했어요. 무언가 보여줘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부담감을 느낀 김혜준을 잡아준 건 김윤석 감독이다. 김 감독은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너답게 연기하라고 주문했단다. '김혜준 같은 게 주리 같은 거'라는 말을 해준 것도 김 감독이다.

주리는 아빠의 불륜을 알고 사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생각은 굴뚝 같지만 행동으로는 옮기기 힘든 부분이다.

배우는 주리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주리는 당찬 아이예요. 공부도 잘하고, 평온한 일상을 살았죠. 일상이 깨지는 걸 두려워하고요. 할 말은 하는 아이예요. 남을 배려하긴 하지만 항상 맞춰주진 않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섬세한 감정 연기는 숙제였다. 뭐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감정들. 아빠가 미운데, 아빠니깐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감정, 윤아가 싫은데 볼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 그렇다. 초반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을 시작하면서 주리의 감정을 하나씩 쪼개기 시작했다. 염정아, 김소진 선배들의 도움도 받았다. 감정 연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힘이 됐다.

다소 파격적인 결말에 대해 묻자 "처음에는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는데, 촬영하면서 주리에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장면이 이해됐다"며 "주리와 윤아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하고, 깔끔한 결정"이라고 했다. "주리와 윤아는 고등학생이잖아요. 둘은 자신들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최선을 다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른 같으면서도 아이인, 미성년이란 뜻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주리 역의 박세진과는 500대 2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나이가 비슷한 둘은 서로 의지하며 견뎠고 좋은 결과물을 냈다.

주리와 윤아가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을 준비하기 위해 한 달간 액션 스쿨에 다니며 합을 맞추기도 했다. 김혜준은 "액션신이 격렬했는데 그만큼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미성년'에서 주인공 주리 역을 맡은 김혜준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영화 '미성년'에서 주인공 주리 역을 맡은 김혜준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감독은 오디션 마지막 단계에서 일대일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영화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상을 얘기했다. 마치 수다 떨듯이 말이다. 김혜준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부담스럽거나 긴장하지도 않았답니다."

오디션 본 지 일주일 만에 합격 연락을 받았다. 뛸 듯이 기뻤다. 분량이 많아서 걱정했지만 김 감독을 만난 후에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감독님의 출연작을 보면 거칠고 강하잖아요. 근데 실제로 만나 보니까 부드럽고 유쾌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저를 잘 이끌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생겼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를 생각해온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다. 부모님은 딸이 평범한 길을 가길 원했다. 돈 안 되는 연기를 왜 하냐고 반대했다. 설득 끝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이제 딱 한 학기 남았다.

2015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을 통해 데뷔한 김혜준은 '낭만닥터 김사부'(2017), '다시 만난 세계'(2017),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8), '최고의 이혼'(2018), '킹덤'(2019) 등에 출연했다. 여러 작품을 내놓기 시작하자 부모님의 반대는 응원과 지지로 바뀌었다.

지금의 김혜준이 있기까지 쉬운 일은 없었다. 오디션은 50번 넘게 떨어졌다.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 그러다 마음을 다잡았다. 떨어진 오디션은 인연이 아닌 거다.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스스로 못 견디겠더라고요. 훌훌 털어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부족한 점은 메우려고 하고 스스로 똑바로 보려고도 노력합니다."

사실 배우는 냉정한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대중의 말,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닌 척하는 거다. 김혜준도 그렇다. 상처도 받지만, 최대한 덜 받으려고 한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려고 애쓴다.

그토록 꿈꾸던 연기를 해보니 어떠냐는 질문에는 "연기의 세계는 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하다"며 "정말 넓은 세상"이라고 웃었다. "연기라는 세상에서 전 한없이 작은 사람이라고 깨달아요. 계속 노력해야죠.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 경험을 하는 게 참 재밌어요. 짜릿한 성취감을 느껴요. 다른 인물을 사는 과정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느끼고요."

사흘간 인터뷰에서 못한 말이 없냐고 묻자 당찬 '주리'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연기하면서 줏대가 생겼어요. 주리처럼 할 말은 다 하는 스타일로 변했답니다. 그래서 아쉬움 없이 다 말한 것 같아요. 하하."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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