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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44초 만에 무너진 ‘권아솔 악동 기믹’


입력 2019.05.19 08:17 수정 2019.05.20 12:0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만수르 바르나위와의 100만불 토너먼트서 패배

큰 주목 받았던 독한 입담, 영향력 잃어

권아솔의 실력은 독한 혀를 받쳐주지 못했다. ⓒ 로드 FC 권아솔의 실력은 독한 혀를 받쳐주지 못했다. ⓒ 로드 FC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이 ‘끝판왕’의 닉네임을 증명하지 못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권아솔은 18일 제주 한라체육관서 열린 ‘굽네몰 로드FC 053 제주’ 100만 달러 토너먼트 결승에서 만수르 바르나위(27)에 1라운드 3분 44초 만에 리어네이키드초크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권아솔은 목표했던 100만 달러 우승 상금을 챙기지 못한 것은 물론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도 내려놓게 됐다.

전략과 기량, 모든 면에서 실패한 한 판이었다. 이미 경기 전부터 신체 조건이 유리한 만수르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따라서 권아솔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파고들기 보다는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이 요구됐다.

하지만 권아솔은 시작과 동시에 적극적인 인파이팅을 노렸고, 결과적으로 이는 패착이 되고 말았다. 만수르에게 뒷목을 잡힌 권아솔은 강력한 니킥이 몸통에 꽂히자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안면을 노린 펀치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그라운드에 쓰러진 권아솔은 만수르의 집요한 공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으나 탈출에 실패했고, 리어네이키드초크 기술이 들어오자 탭을 치고 말았다.

타이틀을 빼앗긴 것은 물론 '악동 기믹'까지 잃게 된 권아솔. ⓒ 로드 FC 타이틀을 빼앗긴 것은 물론 '악동 기믹'까지 잃게 된 권아솔. ⓒ 로드 FC

특이할만한 점은 권아솔의 경기가 큰 주목을 받았다는 점인데 경기에 패하고 타이틀을 잃은 것과 별개로 대회 자체는 대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권아솔의 독한 ‘트래쉬 토킹’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실 권아솔의 독설은 선수 본인과 로드FC가 짜임새 있게 잘 만든 ‘기획 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격투기 스포츠와 프로레슬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출인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거나 감동적인 사연을 내세우는 등 스토리를 만들어 경기의 흥미를 돋우는 장치로 사용된다. 이른 바 ‘기믹’이다.

MMA 입문 초창기부터 권아솔은 허세 넘치는 트래쉬 토킹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는 로드FC로 넘어온 뒤에도 계속됐는데 그가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게 된 계기는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을 도발하고 나서부터다.

권아솔은 3년 전인 2016년 4월, 아오르꺼러와 맞붙는 최홍만을 향해 “서커스 매치다” “나와 붙고 추하게 내려가라” 등의 발언으로 도발을 감행했다. 권아솔은 곧바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이후 말을 뱉거나 SNS에 글을 올릴 때마다 집중 조명을 받게 된다.

문제는 실력이었다. 권아솔은 최홍만 도발 후 한 달 뒤 열린 구와바라 기요시와의 무제한급 매치서 18초 만에 패했다. 그 유명한 ‘후두부 가격’ 경기였다.

경기력이 독한 혀를 받쳐주지 못하자 이후부터 그가 내뱉는 말에는 엄청난 비난과 조롱이 함께 했다. 여기에 2016년 12월 2차 방어전을 끝으로 2년 넘게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예능프로그램서 보여준 예의바른 모습과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훈훈한 미담 등으로 인해 그의 ‘기믹’은 점점 영향력을 잃어갔다.

따라서 이번 만수르와의 경기는 ‘악동 기믹’을 유지할 마지막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와 너무 큰 실력 격차를 보여줬고, 이제 그의 트래쉬 토킹은 격투팬들에게 어필할 재료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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