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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커지는 파열음…가시밭길 걷는 한국조선해양


입력 2019.06.24 06:00 수정 2019.07.02 11:14        조인영 기자

현대重 노조, '분할무효' 주장하며 소송…대우조선 현장 실사도 '불발'

내달부터 기업결합심사 돌입…독과점 아닌 시장 수급 논리 어필할 듯

현대重 노조, '분할무효' 주장하며 소송…대우조선 현장 실사도 '불발'
내달부터 기업결합심사 돌입…독과점 아닌 시장 수급 논리 어필할 듯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0일 오전10시께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 봉쇄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조선해양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물적분할을 위해 열린 주주총회가 무효라며 노조가 소송을 건 데다 기업결합심사를 놓고 각국 당사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소송과 함께 기업결합심사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연내 대우조선해양을 무사히 인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박근태 노조위원장 외 693명)은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분할무효 청구 본안 소송'과 '주총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을 지난 17일 신청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임시주총에서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과 현대중공업(사업회사)로 나누는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같은 날 10시 울산 한마음 회관에서 주총을 열려고 했으나 노조에 가로 막혀 진입을 봉쇄당하자 장소와 시간을 변경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장소 변경사항을 주주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문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견 개진을 선제적으로 박탈당했다는 △내용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노조는 "변경된 주총장까지 50분 이상 소요되는 장소를 주총 시간 30분을 앞두고 급하게 알렸다는 점에서 위법"이라며 "주식을 대량 보유한 몇 몇의 주주와 회사 인물 위주로 주총이 개최됐다는 점에서 반대주주의 목소리를 원천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당일 법원에서 선임한 검사인이 주주총회 전반을 확인했으며 검사인의 판단에 따라 주총 장소를 변경하고 검사인 입회 하에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답했다. 가처분 신청의 경우 빠르면 2개월 내 법원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사내 하청 근로자들을 상대로도 단체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규모를 키워 협상력을 늘리겠다는 판단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일 울산 본사에서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뒤 원하청 공동집회를 열었다. 노조 집행부는 공장을 돌며 사내하청(비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활동을 벌였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LNG운반선.ⓒ현대중공업

노조는 하청 직원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최소 2000명 이상의 집단 가입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협력사 직원은 1만명 정도로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가입자는 100여 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본사 노조가) 파업을 해도 하청 직원들은 일을 지속하면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완전한 파업으로 노조의 요구를 사측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쟁의 행위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는 한편 밖으로는 기업결합심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다음달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EU, 중국, 일본 등 10여 개국 공정거래당국을 대상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각국 당사자들은 초대형 조선사 출범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압도적인 크기의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경쟁 조건 확립을 위해 일본 정부는 다른 국가와 협력해 공정거래조건 확립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선주들이 포진된 EU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은 "시장 경제 관점에서 보면 인수합병(M&A)이 기업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해결책을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를 이유로 EU는 세계 2위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와 3위 프랑스 알스톰 철도사업 합병을 불허했다. 철도 운임 상승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퀄컴은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조선산업 역시 초대형 조선사 출범으로 독과점에 따른 화주들의 선박 협상력 약화, 가격 인상 등을 지적한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시 점유율은 72.5%, 60.6%로 올라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본, 유럽에서 생산하는 선박이 한국과 다른데다 선가는 조선사가 아닌 시장의 수급 논리로 움직이는 것"이라면서도 "심사당국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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