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여름철 누진제 완화 상시화…매년 3000억 비용 부담
정부, 1000억만 비용보전…일시적 조치 ‘지적’‧규모도 부족
한전, 여름철 누진제 완화 상시화…매년 3000억 비용 부담
정부, 1000억만 비용보전…일시적 조치 ‘지적’‧규모도 부족
한국전력이 정부 지원 공수표에 멍들고 있다.
지난 6월 정부의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한 한전은 비용보전을 약속받았으나, 정부는 한전이 떠안은 비용 중 일부만 보전해주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국회 예산안 심의라는 문턱이 있어 원활히 진행될 지 미지수다.
4일 한전 및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누진제 완화로 발생한 비용 약 3000억원 중 1015억원만 보전할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한전의 누진제 개편에 따른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사회배려계층 하계 누진부담 완화사업’과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 보급사업’에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우선 한전이 여름철 누진제 개편으로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출산가구 등 사회배려계층 약 300만 가구에 제공한 할인금액 중 일부(567억5000만원)를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한전의 개방형 전기차 충전기 실치비용 지원을 명목으로 2021년까지 447억5000만원을 보전하기로 했다. 전력기금 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신규 내역사업을 신설, 2019년 추경안에 128억원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113억5000만원이 포함됐다. 여기에 2021년에는 206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비용보전 방안이 일시적이며, 예산규모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배려계층 하계 누진부담 완화사업 예산은 내년에만 편성될 계획이며, 전기차 충전소 보급사업도 2021년 마무리된다. 또 한전이 올해부터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상시화하면서 매년 3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부담하게 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예산안 규모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누진제 비용보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발생한 한전의 비용부담을 세금으로 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관련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한전은 약 3600억원의 비용을 떠안았으며, 정부 지원금은 350억원에 그쳤다.
더욱이 정부 비용보전은 한전 이사회의 배임 혐의와 맞닿아 있는 문제다.
앞서 한전 이사회는 지난 6월 21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한 차례 보류한 바 있다. 한전이 적자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이사회가 매년 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누진제 완화를 의결할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서다.
이후 한전 이사회는 같은 달 28일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로펌에 의뢰해 정부의 보전비용 약속을 받을 경우 배임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의견을 받고나서다. 곽대훈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누진제 개편안에 따른 비용보전과 관련해 협조 요청 공문을 산업부에 보냈다. 산업부는 한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7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한전은 7~8월 전기요금을 가구당 1만원 정도 낮추고, 정부는 한전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한전에 대한 정부지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최근 김종갑 사장이 각종 특례할인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 이사회는 누진제 개편안과 함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도 의결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는 누진제 개편에 따른 한전의 재무적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이 반영됐다.
방안에는 전기요금과 에너지복지를 분리하고, 복지에 대해서는 요금체계 밖에서 별도로 시행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실행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사장의 특례할인 제도 폐지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한전 주주들은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국내 소액주주들은 김 사장과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이 각종 할인제도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로 부담이 가중됐다”며 “상장사인 한전에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해외 주주에게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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