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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선거법, 문제는 ④] 알바니아도 단념하고 포기한 제도


입력 2019.11.13 03:00 수정 2019.11.13 05:56        정도원 기자

알바니아, 준연동 비례 도입되자 '6중대'까지

사회당, 사민당·사민주의당·인권당 등 동원

결국 선거법 개정해 준연동 비례 단념·포기

알바니아, 준연동 비례 도입되자 '6중대'까지
사회당, 사민당·사민주의당·인권당 등 동원
결국 선거법 개정해 준연동 비례 단념·포기


알바니아 국민들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항의해 "내 표가 어디로 간거냐(WHERE IS MY VOTE)"라는 손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알바니아 국민들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항의해 "내 표가 어디로 간거냐(WHERE IS MY VOTE)"라는 손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져 내달 본회의 부의를 앞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될 경우, 의석 수 최대화에 가장 유리한 '2중대' 전략이 공공연히 판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2중대' 위성정당이 난립한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단념한 해외의 실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알바니아·아프리카의 레소토·미주의 베네수엘라가 그 사례인데, 대한민국이 아시아 '대표선수'로 그 뒤를 잇게 될 것이라는 절망감이 정치권을 엄습하고 있다.

알바니아 민주당과 사회당은 '2중대'를 동원해 정당투표를 몰아주는 정치공학적 선거연대를 강행했다. 결국 알바니아는 2008년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단념하고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알바니아 민주당과 사회당은 '2중대'를 동원해 정당투표를 몰아주는 정치공학적 선거연대를 강행했다. 결국 알바니아는 2008년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단념하고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알바니아는 지역구 100석 비례대표 40석으로, 2.5대1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지역구 100석을 항상 6:4에서 4:6 사이로 양분하던 거대 양당 민주당과 사회당은 이대로는 자신들을 향한 정당투표가 사표가 될 게 분명해지자, '2중대'를 동원해 정당투표를 몰아주는 정치공학적 선거연대를 강행했다.

알바니아 2005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사회당은 전국 100석의 지역구 중 각각 56석과 42석을 휩쓸었다. 2석을 제외한 전국 지역구를 '싹쓸이'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 민주당·사회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은 고작 7.7%와 8.9%에 불과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에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는 자신들을 향한 정당투표가 사표가 될 것을 직감하고, '2중대' 정당들에게 정당투표를 몰아주라는 캠페인을 벌인 결과였다.

민주당은 2중대·3중대·4중대·5중대로 공화당·새민주당·기민당·자민련을 동원했다. 이들 정당은 지역구는 0석인데도 정당득표율에서 합계 33.5%를 기록할 정도로 정당투표를 몰아받으며 각각 비례대표로만 11석·4석·2석·1석을 획득했다.

이에 질세라 사회당도 2중대부터 6중대까지 동원했다. 당명부터가 사회당의 우당(友黨)스러운 사민당·환경농민당·민주연합당·사민주의당·인권당 등이 나서서 정당득표율 합계 32.4%를 획득, 7석·4석·3석·2석·2석을 가져갔다.

알바니아 총선을 참관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주제도인권사무소(ODIHR) 선거감시단은 총선보고서에서 "추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제도를 우회하고 왜곡하고 있다. 분리투표 전략을 쓰지 않는 정당은 의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며 "정당간 구분이 모호해져 유권자(의 투표행위)를 오도한다"고 비판했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자체 제작한 카드뉴스에서 "알바니아의 2005년 총선은 우려를 현실적으로 보여줬다"며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사회당이 각각 군소정당과 선거연대를 실시해, 지역구 의석은 거대 양당이 가져가고 비례대표 의석은 양당과 연대한 군소정당이 싹쓸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알바니아는 2008년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단념하고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레소토 '가짜정당', 베네수엘라 '복사정당'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정치혼탁 극심
EU조차 "연동형 비례대표제 재고하라" 요구


레소토 민주의회당과 바소토당은 '가짜정당(Decoy Party)'까지 동원해 비례대표 의석 먹기에 혈안이 됐다. 레소토는 2012년 1인 1표제로 선거법을 개정하고 말았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레소토 민주의회당과 바소토당은 '가짜정당(Decoy Party)'까지 동원해 비례대표 의석 먹기에 혈안이 됐다. 레소토는 2012년 1인 1표제로 선거법을 개정하고 말았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민주의회당과 바소토당이 '양당제'를 펼치던 레소토도 마찬가지의 사례다. 지역구 80석과 비례대표 40석으로 2:1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민주의회당과 바소토당은 '가짜정당(Decoy Party)'까지 동원해 비례대표 의석 먹기에 혈안이 됐다.

민주의회당과 바소토당은 아예 비례대표 후보 자체를 입후보시키지 않아 정당투표용지에서 정당명을 지웠다. 그 대신 '가짜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냈다.

'가짜정당'들은 독립당·노동당이라는 그럴싸한 당명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민주의회당의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위한 정당, 바소토당의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위한 정당에 불과했다.

이런 방식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완전히 무력화되자, 레소토는 2012년 1인 1표제로 선거법을 개정하고 말았다.

2005년 총선에서 우고 차베스의 집권여당 '제5공화국 운동'은 비례대표만 출마시키는 한편, 지역구 후보는 '선거승리연합'이라는 '복사정당(Las Morochas)'을 만들어 출마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여당은 비례대표 65석 중 56석을 휩쓴 반면 지역구는 102석 중 단 9석만을 얻었다. 반대로 '복사정당'은 비례대표는 6석에 불과한 대신 지역구에서 무려 90석을 획득하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2005년 총선에서 우고 차베스의 집권여당 '제5공화국 운동'은 비례대표만 출마시키는 한편, 지역구 후보는 '선거승리연합'이라는 '복사정당(Las Morochas)'을 만들어 출마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여당은 비례대표 65석 중 56석을 휩쓴 반면 지역구는 102석 중 단 9석만을 얻었다. 반대로 '복사정당'은 비례대표는 6석에 불과한 대신 지역구에서 무려 90석을 획득하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막장'의 대명사 베네수엘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가 포기한 사례로 유명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실시된 2005년 총선에서 좌파 포퓰리즘 독재자 우고 차베스의 집권여당 '제5공화국 운동'은 비례대표만 출마시키는 한편, 지역구 후보는 '선거승리연합'이라는 '복사정당(Las Morochas)'을 만들어 출마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여당은 비례대표 65석 중 56석을 휩쓴 반면 지역구는 102석 중 단 9석만을 얻었다. 반대로 '복사정당'은 비례대표는 6석에 불과한 대신 지역구에서 무려 90석을 획득하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 선거를 참관한 EU 선거감시단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설 정도였다. 베네수엘라는 2009년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갔다.

유민봉 의원실은 "알바니아·레소토·베네수엘라에서도 단념하고 포기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굳이 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비례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2중대'와의) 정당연대를 통해 의석 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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