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한일 경제갈등 外患에 최저임금 인상 등 內憂 겹쳐
대립적 노사관계로 파업 속출…민생·경제법안 처리는 요원
미중 무역분쟁·한일 경제갈등 外患에 최저임금 인상 등 內憂 겹쳐
대립적 노사관계로 파업 속출…민생·경제법안 처리는 요원
2019년은 경제계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해였다. 밖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와중에 한일 경제갈등까지 더해지며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고 안으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자본시장법 및 상법 시행령의 개정 움직임 등 포퓰리즘 현안들이 경영활동 위축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대립적 노사관계’도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각종 민생·경제법안 처리는 국회의 거듭된 대립과 파행 속에 해를 넘길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0%로 추정했다.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2.4~2.5%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경제계에서는 2%대에 턱걸이한 경제성장률조차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치로 보고 있다. 민간 기관들은 1%대 성장에 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경제성장 둔화의 일차적 요인은 대외여건 악화다. 연말까지 계속해서 긴장 국면을 보이다 최근 들어 합의에 이른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 여건을 악화시켰고, 주요 업종의 업황 부진 원인이 됐다.
여기에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경제갈등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았지만 우리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내부적 문제’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대외여건이 악화될수록 내부적으로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들이 적극 추진돼야 하는데,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포퓰리즘 정책으로 오히려 경제활력을 이끌어야 할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 경제는 연초부터 지난해 대비 10.9% 오른 8350원의 최저임금으로 새해를 맞았다. 정부가 뒤늦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비현실성을 인정하고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선에서 묶었지만 이미 지난 2년간 29.1%나 오른 최저임금은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자영업자들은 줄도산했고 중소기업들은 투자와 채용을 줄였다. 고연봉으로 이름난 대기업들도 산입 범위 한계에 따른 최저임금 미달을 막기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하느라 노동조합과 협의 과정에서 힘을 빼야 했다.
투자와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청사진대로라면 소비라도 늘었어야 했지만 내수 시장은 전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도 기업활동 위축의 원인이 됐다. 건설과 게임업계 등 일정 시간 집중 근무가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보완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연말까지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 입법 없이 정부 주도의 주52시간제 보완대책이라는 ‘미봉책’이 발표됐지만 경제계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법안 외에도 재계가 요청해 왔던 데이터 규제 완화 법안(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 법안(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규제 완화 법안은 끝내 올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기업활동을 규제하려는 각종 하위법령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에 더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5%룰’까지 완화하려는 것은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을 과도하게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경영권 보호 장치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다.
그밖에 사외이사 결격사유 강화, 주주총회 통지시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첨부 의무화 등 상법 시행령 개정과, 공동 손자회사 출자금지, 지주회사 관련 내부거래 공시의무 폐지 등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까지 기업들을 위협하는 정책들이 상존해 있다.
기업들이 생존 위기에서 고군분투하는 와중에도 우리 노동계의 ‘적대적 투쟁 문화’는 전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라는 아픔을 겪었던 한국GM은 올해 임금인상과 복지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노조와 힘겨루기를 하느라 연말까지 임금협상(임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타결에 실패한 2018년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올 상반기 내내 노조의 줄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지난 6월 임단협 타결과 함께 ‘노사 상생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올해 임협을 놓고 노조가 또다시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나마 올해 무분규 교섭 타결을 이루는가 싶더니 기아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고 18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에 반대하며 지난 5월 물적 분할 주주총회를 저지하기 위한 점거농성을 벌였으며, 총 30여 차례 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임단협도 연말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미래 대응을 위한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급급한 한 해였다”면서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무모한 ‘경제실험’은 기업이나 가계 등 어떤 경제주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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