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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2020] 재계, 공격적 투자로 불황 돌파 선봉


입력 2020.01.01 06:00 수정 2019.12.31 21:54        박영국 기자

삼성·현대차·SK·LG, 불황에도 대규모 투자로 미래 대비

협력사, 장비업체 등 낙수효과 기대

삼성·현대차·SK·LG, 불황에도 대규모 투자로 미래 대비
협력사, 장비업체 등 낙수효과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각사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 악화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로 올해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상당수가 현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불황 극복의 돌파구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1월 전망치는 90.3을 기록했다. 기준선인 10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수(91.7), 수출(94.5), 투자(95.2), 자금(97.0), 고용(97.5), 채산성(95.8) 등 세부 항목도 모두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0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206개사 대상)’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의 64.6%가 현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이라고 평가했으며, 43.9%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5% 초과~2.0% 이하’로 전망했다. 응답자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에 불과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하지만 응답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7.4%가 올해 주된 경영계획 기조로 ‘긴축경영’을 꼽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경기 불황과 실적악화 속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1월 10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시설을 안내하고 있다. ⓒ총리실

삼성은 지난 2018년 8월 3년간 180조원의 투자 및 4만명의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3개년 투자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계열사별 중장기 투자계획도 발표됐다. 지난해 4월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10년 동안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달 충남 아산 탕정공장에 13조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규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지난해 삼성의 시설투자 규모는 29조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3년간 180조’ 투자계획의 마지막 해인데다, 이미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 집행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사업 분야와 인공지능(AI)·5세대이동통신(5G)·전장부품 등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9년 10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역시 미래 자동차 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2025년까지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8%까지 끌어올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 5%대를 달성하며, 글로벌 전기·수소차 판매 3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하에 이때까지 61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2월 공개한 5개년(2019년~2023년) 투자계획 45조3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래사업 역량 확보 차원의 전략지분 투자 등이 늘면서 전체 규모가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제품과 경상 투자 등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41조1000억원을, 전동화,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모빌리티·AI·로보틱스·PAV·신 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에 20조원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투자 집행 첫 해인 올해는 10조원 규모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돼 협력사 등 관련 업계에도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12월 19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개최된 반도체 공장 ‘M16 기공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SK하이닉스

SK그룹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에 120조원을 투자해 생산라인 4개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투자는 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부터 집행되지만 대규모 클러스터 조성에 대비해 장비·소재업체들도 잇달아 투자에 나서면서 일찌감치 투자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업체와 시너지 효과 창출과 생태계 강화를 위해 10년간 총 1조22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강화에 투자의 화력을 집중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 경기도 파주 P10공장 내 10.5세대 OLED 생산시설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 P10 신규 공장 건설 및 일부 설비를 위해 1조8400억원을 투자한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7월 월 3만장 생산을 목표로 2조8000억원의 선행투자를 결정했으며, 지난해 7월 추가로 3조원을 투입해 1만5000장 규모를 증설키로 하면서 OLED 분야에만 7조64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초기 투자분 월 3만장 규모 양산이 2022년 완공되고 확장 투자분 1만5000장 규모 양산은 2023년 상반기부터 양산되는 만큼 올해와 내년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우면 소규모 기업들은 자금 여력도 없고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 만큼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낙수 효과가 필요하다”면서 “대기업들의 투자가 장기 불황으로 침체된 산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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