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성과 포기 못하는 文정부…약점 간파한 北당국
고강도 비난·도발에도 '무대응' 일상화…대북 저자세 고착화 됐나
북한이 우리 정부를 겨냥해 연일 수위 높은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남북 평화분위기를 띄울 수밖에 없는 정부의 약점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지난 11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 “주제넘은 설레발”이라며 정부의 중재노력을 깎아내렸다. 이번 담화는 북한당국이 올해 처음 내놓은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로 무게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또 북한 선전매체들은 최근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의지를 겨냥해 '가소로운 넋두리', '푼수 없는 추태'라고 비난하고, 김연철 통일부장관의 경협 구상에 대해서는 "염치도 지각도 없는 핫바지 장관의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는 드센 비난을 받고 있다"며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북한의 이들 막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식 입장 없다", "선전매체 내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일체 유감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각계에서는 정부가 국민적 자존심 이 훼손되는 사태를 방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의 모욕에 맞대응하면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정치적 득실'챙기기에 급급한다고 지적한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대북 강경대응에 나설 경우 지난 2년간 대북정책의 실패를 시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북 저자세', '한미동맹 균열'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북밀착 외교를 펼치며 한반도 평화 띄우기에 주력해왔다. 특히 남북 평화 노선은 과거 보수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반대여론을 물리치는 논리로 사용된 만큼 이를 전환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북 저자세는 계속해서 북한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뒤늦게 대북 강경 대응을 펼치려 해도 그에 따르는 정치적 후폭풍을 의식하는 탓에 강경대응을 계속 미루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해 총 13차례에 달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적대불식'과 '무력불사용' 원칙을 재확인 하는 수준에 그쳤다. 남북 긴장을 꺼리는 정부의 태도가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더욱 거침없이 도발을 벌이는 계기만 제공했다는 비판이 거세진 부분이다.
손용우 선진통일건국연합 사무총장은 "북한은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띄우고 이를 선전해야만 한다는 약점을 잘 알고 있다"며 "'평화냐 긴장이냐'는 택일의 압박을 가하면서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챙겨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강경대응이 필요한 순간을 적당히 대응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손상 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연달아 탄도미사일을 쏘고 신형무기를 쏴대도 정부와 국민 모두가 무감각해지는 것"이라며 "정부는 북측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면 선제타격·요격·대량응징을 통해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