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임원 ‘세대교체’ 바람…과감한 발탁 인사
‘재판 리스크’ 피로감 씻고 신사업 추진 ‘박차’
삼성전자가 21일 발표한 임원 인사에서는 전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세대교체’ 기조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령·연차와 무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으로 젊은 리더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뉴 삼성’으로의 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으로 불리는 부사장 자리에 젊은 인재들을 전진 배치했다.
최연소 부사장은 1970년생인 최원준 무선사업부 전략제품개발1팀장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세계 최초로 5G 단말을 상용화하고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을 적기에 출시해 회사의 기술 리더십을 높이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 부사장 이전 최연소 부사장 타이틀은 전날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령탑에 오른 노태문 사장이었다. 노 사장은 2012년 말 44세 나이로 부사장으로, 2018년 말 50세 때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무선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한 모습이다.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 대표 체제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발탁 인사로 쇄신을 모색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연령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와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에 대해 발탁 인사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발탁 승진자는 2017년 말 13명에서 2018년 18명, 올해 24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무 이상이 13명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 내부에 쌓여 있는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통상 12월 첫째 주에 정기인사를 단행하고 이후 중순까지 계열사 인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했으나, 이 부회장과 20여명의 전현직 임원이 걸려 있는 재판 일정이 겹치면서 인사가 미뤄졌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며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사가 이듬해 5월까지 밀렸던 상황이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근 들어 더 이상 인사를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삼성은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지난해 인사를 단행하지 못하면서 신년 사업계획을 짜지 못하고 새해를 맞았다.
적어도 설 연휴 전에는 인사를 마무리해야 ‘갤럭시 언팩 2020’ 등 연초부터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굵직한 일정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더 속도를 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대내외 환경 악화 속에서도 일선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총수 이 부회장의 의지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조직개편까지 마무리되면 올해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사장단 인사, 이날 임원 인사에 이어 이번 주 내 조직개편까지 완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