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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생활보다 예술성…홍상수-김민희, 해외서 잘 나가는 이유


입력 2020.03.02 11:09 수정 2020.03.02 11:13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홍상수 감독이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로 29일(현지시간) 폐막한 올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주)화인컷

국내에서 두문불출했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낭보를 전하면서, 이를 둘러싼 국내외 온도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계에서 축하할만 일이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달아오르지는 않고 있다.


홍 감독은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로 29일(현지시간) 폐막한 올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부문 4관왕을 휩쓴 데 이은 쾌거다.


'도망친 여자'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도 4점 만점에 2.7점을 기록, 상위권 점수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외신들의 평가 점수를 반영하는 로튼토마토에는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스크린데일리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 낸 섬세함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매력적이다"라고 평했고, 인디와이어는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의 통렬한 스케치를 통해 절제된 톤으로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홍 감독은 유독 베를린 영화제와 연이 깊다.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이번 '도망친 여자'(2020)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됐다.


김민희와 연인 관계를 인정한 후 참석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주연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특히 김민희와 함께한 두 편으로 연이어 수상하면서 둘의 작품세계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외신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 아나키는 홍상수-김민희 스캔들과 작품성의 연관성에 대해 "홍상수 감독의 최신작을 도덕적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하든 예술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불륜에 대한 도덕적 논란과 상관없이 사생활과 작품을 분리해 예술성을 평가한 것이다.


이는 국내 상황과 사뭇 다르다. 김민희가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도 여론은 싸늘했다. 이번 홍 감독의 수상 소식에도 여론의 반응은 "자랑스럽다"보다 "불편하다" 반응이 우세하다. 한국에서 둘은 '불륜 커플'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사생활과 도덕성을 중시하는 한국 정서 탓이다. 특히 공인에게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홍상수 감독이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로 29일(현지시간) 폐막한 올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주)화인컷

실제로 둘은 불륜 스캔들 이후 국내 주요 영화제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지 않았다. 김민희가 '아가씨'로 2016년 청룡영화제, 2017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지만 이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었다. 청룡영화제에서 수상했을 당시에는 스케줄 이유로 참석하지도 않았고, 당시 불륜 스캔들에 휩싸였을 터라 시상식 측은 비판을 받았다.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배우에게 상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국내 소규모 영화제에선 낭보를 전했다. 2017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대상('밤의 해변에서 혼자'·'그 후'), 2018년 제5회 들꽃영화상 극영화 감독상('그 후'), 2019년 제20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대상('강변호텔)을 받았다. 홍 감독이 모두 불참한 시상식이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는 시상 기준에 대해 "부산영평상의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은 작품의 예술적 가치"라고 밝힌 바 있다.


홍상수-김민희 커플처럼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영화인 김기덕 감독 역시 국내보다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투 의혹'에 휩싸인 김 감독이 만든 작품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지난해 3월 열린 제29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국내 반응은 싸늘했다. 영화는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하려 했으나 김 감독의 미투 의혹을 다룬 'PD수첩'이 방송되면서 무산됐다.


김 감독은 또 같은 해 4월 모스크바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5월에는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신작 '딘'을 일부 바이어에게 공개한 바 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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