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잠자던 금소법 깨운 DLF·라임사태...핵심내용 빠진 채 본회의 통과
시민단체 “금융사 강한 압박감 없을 것...금융당국 권한만 강해질 수도”
“통과가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것만으로 금융사 통제가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현 정부 국정 과제이자 민생 법안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했다. 처음 발의된 지난 2011년 이후 9년 만이다. 금소법은 키코(KIKO)와 저축은행 사태 등을 거치며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여야 이견 차와 금융업계 반발로 계류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이 연이어 발생한 게 단초가 돼 결국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8년 넘게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국회도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일단은 법 통과가 급선무라서 그동안 이견 차가 심했던 핵심 내용은 모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무난하게 본회의에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었고, 실제 금융사들에게 강한 압박감을 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소법은 ‘6대 판매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행위 금지·부당권유 금지·허위과장 광고 금지 등이다. 이 판매원칙을 위반할 경우 금융사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핵심 쟁점 사안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 등은 빠진 상태로 의결돼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은 시선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두 제도는 이미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금융사에 무더기 소송전 등 과도한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로 인해 반대에 부딪혔다.
또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위법 사실 여부를 입증할 책임을 소비자에게서 금융회사로 돌리는 ‘입증 책임 전환’ 부분도 금융회사의 고의·중과실에 한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고의·중과실이 아니라면 여전히 소비자들이 스스로 조사하고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금융당국의 권한만 강해지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징벌적 과징금제도의 경우, 그 과징금이 피해 소비자에게 가는 것이 아닌 정부로 들어가는 것이라서 사후구제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불가능하다. 금소법은 소비자 권익이 강화됐다는 측면에서 출범만으로도 분명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금융사들의 영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핵심 쟁점 사항이 제외되면서 금소법이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지 않은 법’이 됐다는 비판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많은 피해자 양산을 계기로 법적 기틀이 마련된 만큼, 업계·소비자 모두가 고민해 최선의 보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