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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기금의 딴지걸기...오너 사내이사 선임 줄줄이 반대


입력 2020.03.18 16:06 수정 2020.03.18 18:21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독립성 해친다" 사내이사 선임 반대 의사 표명

(사진 왼쪽부터)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데일리안DB

해외 연기금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정보광장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BCI)와 캘퍼스(CalPERS)는 권영수 LG그룹 사내이사, LG화학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각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권 부회장은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인물이다. BCI는 이사회의 독립성에 우려를 표명하며, 주요 이사회 운영 또한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 LG그룹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앞서 BCI는 권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온 바 있다. 지난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한 바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코드십센터장은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그룹 주요 경영진이 이사회에 참여하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연기금이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BCI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표명했다. 김동관 부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10여년 간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이끌어 온 인물로 경영 승계 작업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는 김 부사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등기이사에 등극하면 화학 사업에 대한 경영 지배력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였던 그는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이 합병해 만든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을 지낸 뒤 올해 1월부터는 ㈜한화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BCI는 김 부사장에 대한 반대 사유로 CEO 이외의 내부자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상 오너 일가에 대한 견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송민경 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사내이사 선임 시 도덕적해이나 위법행위 여부를 주로 살펴보기 때문에 이사회의 독립성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며 "국내와 달리 해외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그 기준이 엄격해 독립성 우려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CI를 비롯한 해외 연기금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카카오 주총에서도 김범수 의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다. 사유는 역시 ‘이사회의 독립성 훼손 우려’다.


BCI는 한화솔루션과 마찬가지로 CEO 외 경영진의 이사회 참여를 반대한다는 사유를 제시했다. 플로리다연금(SBAFlorida) 역시 이사회 독립성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김 의장의 재선임안 반대 입장을 내놨다.


20일 주총이 예정된 한라홀딩스 역시 정몽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해외연기금의 반대에 부딪치게 됐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2015년과 2017년에는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했으나 이번에는 입장을 바꿨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은 19일로 예정된 호텔신라 주총에서도 이부진 사장의 재선임안에 반대할 예정이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25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현대백화점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재계는 우리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제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해외 연기금들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해외 연기금의 판단이 국내와 다른 법제도와 경영 환경에서 만들어진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국내 경영 풍토는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 창업주로 회사를 시가총액 16위 기업으로 이끈 김범수 의장의 성과나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이끌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성과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판단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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