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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너의 얼굴은] '공기마저 바꾼' 전도연

  • [데일리안] 입력 2020.03.24 14:24
  • 수정 2020.03.24 14:33
  •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연희 역

강렬한 역할, 자기만의 얼굴로 연기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전도연ⓒ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빚은 것 같은 조각 외모는 아니지만, 보고나면 또 보고 싶을 만큼 묘한 매력을 지녔다. 어떤 색을 칠해도 흡수하는 도화지 같다. 어느 땐 아이 같은 천진함을, 또 어떨 땐 누군가를 단번에 이끄는 마력을 과감 없이 드러낸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 아픔도 전도연의 얼굴을 거치면 켜켜이 쌓여 분출된다.


무지갯빛 연기는 꾸미지 않은 얼굴에서 드러난다. 여배우의 잔주름 하나라도 그냥 못 보고 넘기는 요즘, 전도연은 작품에서나 인터뷰에서나 주름을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생기는 흔적을 숨기지 않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자신의 얼굴을 사랑하는 그가 최근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선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전도연이 맡은 연희는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인물이다. 전도연은 영화 시작 1시간 동안 등장하지 않는다. 관객들로 하여금 '도대체 전도연은 언제 나와?'라는 궁금증이 들 시점에 또각또각 구두소리와 함께 걸어 나온다.


무표정한 얼굴로 발을 내딛은 전도연은 그 자체만으로 극을 압도한다. 공기마저 바꾸는 느낌이랄까. 첫 장면에서 상대 배역을 소주병으로 내리칠 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연희를 단 번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전도연ⓒ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연희는 극 중 거의 모든 인물과 마주한다. 연인이자 공무원인 태영(정우성),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가장 중만(배성우),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고리대금업자 박사장(정만식) 등과 얽히고설킨다.


연희는 이들과 엮이면서 알 듯 말 듯 한 말과 행동으로 관객들을 혼동시킨다. 태영과 있을 때는 ‘태영에 대한 감정을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하고, 미란을 대할 때는 깜빡 속아 넘어가게끔 한다.


연희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미워할 수 없는 건 전도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지푸라기를 잡은 그의 얼굴은 강한 폭발력을 갖는다.


전도연의 이런 얼굴은 상징적이다. 남성 배우가 판치는 한국 영화판에서 전도연은 상대 배역이 그 어떤 남자 배우이든 '전도연의 영화'로 만들어버린다. 지난해 개봉한 '백두산'에서도 그랬다. 이병헌, 하정우 내로라하는 두 배우 사이에서도 등장만으로 화면을 압도했다. 분량이 적음에도 기어코 살아남는 생명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온갖 세월, 무수한 감정, 깊은 사연도 담아낼 수 있는 얼굴. 전도연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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