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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종잣돈 모아 시작했는데 매출 0원”…시동 끄는 푸드트럭들


입력 2020.03.31 06:00 수정 2020.03.30 18:1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오갈 곳 없는 ‘푸드트럭’ 미운오리로 전락…폐업률 갈수록 ↑

관련 법규의 미비‧정부 지원 부족, 기존 상권과 다툼 등 ‘난항’

서울의 한 푸드트럭의 모습.ⓒ잇츠고 서울의 한 푸드트럭의 모습.ⓒ잇츠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봄 성수기를 잃은 ‘푸드트럭’ 업계가 혹독한 한파를 겪고 있다. 푸드트럭은 지자체가 정한 제한된 장소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지역 축제와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송두리째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청년창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당초 목표와 달리 영업허가가 너무 까다롭고, 대출 등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점도 업계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푸드트럭 업계는 사람들의 활동이 활발한 봄과 가을을 최대 성수기로 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영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통상적으로 푸드트럭은 유동인구가 많고 소비자들과 접점이 많을수록 매출이 상승하는 구조인데, 감염 우려에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푸드트럭 운영 4년차 김병우(28) 팜키친 대표는 “푸드트럭은 날씨 등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으로 1년 중 봄과 가을에 6개월 정도 장사를 바짝 하는데, 3월말부터 가장 바빠야 하는 시기임에도 코로나19 발병 이후 장사가 중단된 상황”이라면서 “대부분 지역 축제장 안에서 영업을 하는데, 모든 행사가 연기되고 취소돼 몇 달째 매출이 0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과 비교해 합법적으로 영업할 장소가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축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고, 정부에서 기존 상권과의 마찰을 피할 장소를 물색해 영업장소를 허가해주다 보니 상가가 없는 만큼 유동인구도 없는 곳을 장소로 내주고 있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부에서는 정식영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상공인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아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더불어 그는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위험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 첫 발을 들였는데, 최근 아르바이트생으로 전락했다”면서 “대부분의 푸드트럭 사장님들도 배달 일을 병행하거나 퀵서비스 등과 같은 다른 일을 통해 수익을 보존하고 있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종잣돈을 끌어 모아 영업을 시작한 사업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수익이 없어 생활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폐업 조차 쉽지 않다는 점 역시 큰 걸림돌이다.


푸드트럭 운영 5년차 김호진(50) 간다고 대표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생활이 어려워 2월 중순에 국민신문고 청와대 게시판에 글까지 올렸다”면서 “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이동가게라는 점에서 안되고, 신용 등급이 좋지 않아 안된다고 했다. 여기에 운영 자금 때문에 미리 받은 대출금이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가에서 얘기한 소상공인 대출에는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폐업을 하고 싶어도 부가세, 종합소득세 등 정산이 돼야만 할 수 있는데, 당장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대부분 푸드트럭이라고 하면 젊은 청년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연령층이 굉장히 다양하고 전부 생계형으로 뛰어든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요즘에는 일이 없어 배송 일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푸드트럭의 모습. ⓒ잇츠고 서울의 한 푸드트럭의 모습. ⓒ잇츠고

◇푸드트럭 합밥화 됐으나…연착륙 해법 여전히 ‘오리무중’


푸드트럭은 이동형 음식 판매 자동차로, 2014년 식품위생법, 도로교통법 등 적극적인 법 개정을 통해 푸드트럭 영업이 합법화 됐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청년창업과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승승장구 했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명분으로 푸드트럭에 주목했고, 푸드트럭 창업 분위기가 순식간에 고조됐다.


하지만 영업장소와 관련 법규의 미비 등으로 푸드트럭 사업자 폐업율이 2018년, 2019년도 각각 60%, 70%를 초과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푸드트럭이 합법화 되면서 다양한 푸드트럭들이 생겨났지만, 정작 제도와 현실은 푸드트럭을 실질적으로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규제 개선 등 제도적 지원이 주춤해진 데다, 지자체가 일자리 창출 및 소상공인 창업지원 차원에서 시장 활성화를 주도하기에는 기존 지역 상인과의 마찰로 인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다. 정부 주도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필주 잇츠고 푸드트럭 O2O플랫폼 대표는 “푸드트럭이 가진 이동의 자율성과 비교적 저렴한 창업비용 등의 장점을 무기로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자체적으로 회원사분들 통계를 살펴보니 폐업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푸드트럭 자영업자는 영업장소를 찾지 못해 단발성의 축제, 행사장 근처에 찾아가 불법영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푸드트럭은 영업장소가 너무 한정돼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조례를 살펴보면 공원이나 경기장 등 영업이 가능한데, 막상 가서 장사를 하려고 해도 유동인구가 없어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 “결국 축제나 행사가 많은 봄‧가을에만 지역축제와 행사장 등에서 영업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마저도 대부분 주말에만 정상 영업이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규제 때문에 사실상 영업할 장소가 많지 않다보니 맨날 주변에서 신고 들어오면 도망다니는 신세인 것으로 안다. 정말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폐점하거나 버티거나…“다양한 지원 선행돼야” 목소리도


기존 상권과의 마찰은 사업 연착륙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푸드트럭 점주들은 정부가 허가한 이동영업이 무명무실하다고 비판한다. 정부 허가 이동영업은 장소 제한을 없앤다는 게 아니라 지역 내 지정된 ‘푸드트럭존’을 옮겨 다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합법적으로 구조 변경한 트럭 상당수가 불법 영업이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정부도 제도 개선을 통해 트럭 구조변경을 합법화했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노점에서 불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산업에 대한 제도 개선 노력이 ‘탁상공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현실에서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푸드트럭 2년 생존률은 37%인데, 이 역시 3년전 통계로 지금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정통한 관계자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려고 차를 세우면 기존 상권과 마찰이 생기고, 마찰이 있을 경우 대부분 푸드트럭 업주가 차를 빼는 쪽으로 상황을 마무리한다”며 “조례에서 규정한 영업신고 장소가 아닌 길거리 장사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그렇다. 이런 경우 불법노방이라는 딱지가 붙어버려서 갈등이 생기면 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푸드트럭 점주들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밤도깨비 야시장’ 등과 같은 특수영업지다. 지자체도 이런 점을 고려해 특수영업지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밤도깨비 야시장과 같은 행사장에는 다양한 푸드트럭 뿐만 아니라 여러 콘텐츠가 합쳐져 하나의 문화행사로 거듭나는 등 관광객 유입에 효과적이다. 여기에 영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매출 높은 입지에 영업장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현재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생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소자본 창업했는데 정작 제도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해 폐업률이 속출하고 있다”며 “푸드트럭은 청년창업 뿐만 아니라 시니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인 만큼, 앞으로 영업할 장소가 확대되고, 금융 및 교육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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