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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단추 잘못 꿴' 윤종원 행장, 노조에 발목잡힌 100일


입력 2020.04.13 06:00 수정 2020.04.13 10:0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당국과 정책공조 '합격점'…중소 육성‧코로나19 지원 '활발'

노조 요구 사항 들어주다가 '정치금융 폐해' 고스란히 노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월 29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취임 100일을 넘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지난 석 달은 '노조에 끌려다닌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 중소기업을 육성‧지원하는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정부의 금융정책과도 호흡을 맞췄지만, 역설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정치금융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 노조의 '낙하산 저지 투쟁'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다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27일 '노사공동선언문'에 합의하고 임명 27일 만에 취임식을 열 수 있었다. 6개 항의 공동선언문에는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추진, 노조가 반대하는 임금체계 개편 추진 불가, 휴직 및 휴가 확대 등 노조의 요구 사항이 그대로 반영됐다.


노조의 꽃다발을 받고 출근한 윤 행장은 취임사에서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으로 초일류 금융그룹을 만들 것"이라며 ▲신뢰 ▲실력 ▲사람 ▲시스템을 경영 등을 약속했다. 낙사한 논란과 관련해선 "철은 순수한 성분일 때보다 다른 금속과 섞일 때 더 강해진다. 기업은행이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순혈주의를 벗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한 달 만인 2월 20일엔 '윤종원표 인사'도 단행됐다. 신임 부행장에 최성재 글로벌사업부장을, 글로벌·자금시장그룹장에 김영주 경기남부지역본부장을 임명하는 등 부행장 4명과 지역본부장급 4명을 포함해 총 2197명의 승진·이동 인사를 냈다. 내부적으로 "격오지에서 근무한 직원의 승진을 일선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해 직원들 동기부여를 강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조직개편은 '혁신금융'과 '공정과 포용, 소통'의 원칙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시장변화 대응과 사업다각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두는 한편, 현장과의 밀착 소통을 위해 은행장 직속 '바른경영실'을 신설했다. 또 혁신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의 정착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고, 금융사기대응팀을 만들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도 무게를 뒀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에는 기업은행이 선봉에 섰다. 윤 행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저금리대출 현황을 올리며 "피해기업 지원에 최선 다하고 있고,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윤 행장은 코로나19 대출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수시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의 후유증은 컸다. 지난 18일 윤 행장은 기업은행 노조로부터 근로제 위반을 이유로 고발당하며 또 다시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 노사정이 주52시간 초과 근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음에도, 기업은행 노조만 홀로 몽니를 부린 것이다. 금융권에선 기업은행 노조의 고발이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과 함께 애초에 노조에 칼자루를 넘겨준 윤 행장의 정치적 선택이 부른 '인과응보'라고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강성노조도 아닌데, 내내 잡혀서 살게된 상황"이라며 "윤 행장이 노조와의 관계 재정립 없이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행장은 올해 1월 3일 임기를 시작해 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한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고 '조용한 100일'을 맞았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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