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신 자회사 비싸카드 '구원등판'…우회 증자 가시화
3000억 달하는 자금 투입키로…개점휴업 늪 탈출 '시동'
케이뱅크가 우여곡절 끝에 자본확충의 물꼬를 트며 기사회생하게 됐다. 케이뱅크를 향한 자금 수혈 통로가 막히며 경영난이 길어지자, 비씨카드가 모회사인 KT를 대신해 구원투수로 나서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다. 이로써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던 케이뱅크는 다시 한 번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이사회를 열고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363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KT가 조만간 지분 매각 결정을 내리면 비씨카드는 케이뱅크의 2대 주주가 된다. 케이뱅크는 우리은행(13.79%)이 최대주주이고, KT(10%), NH투자증권(10%), 케이로스 유한회사(9.99%), 한화생명(7.32%), GS리테일(7.2%), 케이지이니시스(5.92%), 다날(5.92%)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씨카드는 케이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KT의 구주 매입을 포함, 지분율을 34%까지 늘리기로 결의했다. 케이뱅크는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59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으로, 이 중 비씨카드가 결정한 지분 취득 금액은 2625억원이다.
이는 만약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비씨카드가 이를 최대한 사들이겠다는 의미다. 케이뱅크가 적용받는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 기업에 한정해 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즉, 비씨카드가 법적인 한도까지 케이뱅크의 지분을 소화하겠다는 얘기다.
이처럼 비씨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투입하기로 한 금액은 총 2988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비씨카드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행보다. KT가 공정거래법에 걸려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무산된 가운데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최대주주 자격 요건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비씨카드를 통한 케이뱅크 우회 증자 방안이 유력시됐다.
당초 케이뱅크 주주들은 KT를 대주주로 올리고 이를 중심으로 약 5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었다. 이에 KT는 지난해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위가 심사를 중단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계획했던 자본 조달이 막히면서 최근 케이뱅크는 난관에 봉착했다. 자본금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4월부터 일부 대출 판매가 중단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신규 대출이 전면 중단되며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실정이다.
그런데 이번에 비씨카드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게 되면서 케이뱅크는 숨통을 트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증자에 나서는 데 대해 금융당국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에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이슈 탓에 한국투자증권이 아닌 한투증권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지분을 양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케이뱅크의 증자를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비씨카드는 케이뱅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결정한 이사회에서 보유 중인 마스터카드 지분 전량인 4299억원 어치를 올해 안에 매각하는 계획도 의결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에 투입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비씨카드 측은 마스터카드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차원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