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보다 표심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만…정부가 반대 의견 내는 사례도
정책 계도와 자정작용에도 부정적 시각 여전…“인식부터 개선돼야”
‘시장 규모 67조2000억원, 종사자 수 80만6000명.’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과 관련된 어마어마한 수치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등 악재에도 연간 3조원 이상 성장하며 일자리 창출과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보다는 갈수록 강화 되기만 하는 규제 탓에 경영 환경은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대표적으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20대 국회(2016년~2020년)에서만 75건이 발의돼 단일 법률안 중 최다 기록을 차지했다. 19대 발의된 30건을 더하면 10년 간 총 105건의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그동안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오너의 갑질 사건과 불공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프랜차이즈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인식이 나빠진 것이 규제 강화 기조에 힘을 실어줬다. 그렇지만 잇따른 규제 법안과 산업 내 자정작용 등으로 개선된 상황에서도 규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아울러 규제 법안이 표심을 위한 정치 도구로 활용되면서 쇼잉을 위한 포퓰리즘 법안으로 변질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현 가능성 등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기 보다는 호응을 위해 일단 내고 보자는 식의 법안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75건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처리된 법안은 19건으로 채 30%가 되지 않는다. 이 중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를 적용하는 정부 기관에서도 사실상 반대의견을 낸 법안이 적지 않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범진보 진영의 공약에도 등장했던 가맹점 최저수익 보장제의 경우 2018년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3월 해당 법안을 심사했던 정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도 최저수익 보장은 조금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 부위원장은 “가맹본부들이 너무나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고 그 업종별로 인적‧물적 여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최저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게 어렵고 또 최저수익이라는 걸 어떻게 정하느냐도 상당히 어려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어떤 업종에서도 정부에서 이렇게 최저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이런 제도는 없기 때문에 가맹점에 대해서만 이런 걸 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저수익 보장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가장 반발이 큰 규제 중 하나다. 가맹본부와 계약을 맺는 가맹점주는 개인사업자이자 가맹본부와 대등한 관계인데 이에 대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업종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개인사업자의 수익을 제3자가 보장해주는 것 자체가 시장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은 ‘을’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이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규제를 통해 갑의 힘을 빼앗고 을과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규제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산업의 성장과 동시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현장에서는 가맹본부가 갑이라는 인식이 많이 희석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잦은 규제 탓에 오히려 가맹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최저수익 보장제와 함께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에 대해서도 업계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이 가맹본부의 노하우를 빌려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인데 이에 대한 신메뉴 개발이나 광고‧마케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경쟁력이 모두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수익을 공유하면 당장 가맹점 이익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경쟁력 측면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일자리 창출이나 청년‧중장년층의 창업 기회 제공이라는 순기능도 많이 있는데 여전히 갑질, 불공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 정책을 통해 바로잡는 부분도 있고 업계 내에서 스스로 바꿔나가는 자정작용도 계속하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인식 개선에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외식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규제 강화를 주장해온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