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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타들의 학폭 논란, 한때 ‘실수’로 덮고 갈 수 있나


입력 2020.04.25 00:06 수정 2020.04.25 00:0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방송사-기획사의 '검증 시스템' 문제 또 불거져

이원일-김유진PD, 학폭 논란에 재차 사과

ⓒMBC에브리원, 뉴시스 ⓒMBC에브리원, 뉴시스

“TV에 나오는 OO는 학교폭력의 가해자고, 나는 그 사건의 피해자다”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미디어에 노출된 일반인 출연자들까지 과거에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다. 최근 며칠 동안에도 연달아 수명의 인기 인물들이 학교폭력논란으로 연이어 구설에 휩싸였다.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일로 스스로의 앞길을 막는 꼴이다. 비단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잊을만하면 재연되는 논란에 방송가의 검증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 폭력은 피해 학생에게 평생의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 추억이 되어야 할 학창시절이 피해 학생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로 남을 수 있는 만큼 ‘범죄’이자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된다. 때문에 인기 연예인이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로 밝혀지거나 의혹이 대상이 되면 그에 따른 분노와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이원일 셰프와 그의 예비신부인 김유진 프리랜서 PD의 경우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MBC 예능프로그램 ‘부러우면 지는 거다’(이하 ‘부럽지’)에 출연 중인 두 사람은 12살이라는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방송을 통해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대중의 큰 지지를 받은 커플이다. 그런 상황에 불거진 김 PD의 학폭 논란에 대중은 더 분노했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 PD의 학폭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는 “가해자를 TV에서 볼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다. TV에 성실하고 성공한 사람이라며 포장되어 나오고, 한편으로는 그 여자가 아깝다며 불쌍하다고 소비되는 것조차도 피해자인 내게 다 상처다”라며 김 PD의 과거를 폭로한 이유를 밝혔다.


이원일 셰프와 김 PD는 논란이 커지자 사과문을 올렸고, 출연 중인 ‘부럽지’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PD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추가로 등장하고, 사과문의 진정성까지 의심받으면서 또 한 번 사과문을 올리고 이원일 셰프는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델 출신 배우 강승현도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원일 셰프와 김 PD의 학폭 의혹이 제기된 바로 다음날인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통해서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김 PD에 대한 폭로 글을 보고 피해자들만 고통 받는 현실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싶은 마음에 글을 올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승현이 드라마, 라디오 게스트, SNS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더 이상 피할 방법이 없다면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증거를 추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강승현은 소속사를 통해 즉각 이 주장에 반박했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이 네티즌은 추가로 증거를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강승현 측은 두 번째 폭로에도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채널A ⓒ채널A

이에 앞서서는 채널A 인기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3’ 방송 전 출연진의 모습이 담긴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그중 몇몇 출연자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제작진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만 내놓은 채 방송을 강행하면서 매주 방송 때마다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에도 가수 효린, 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 등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바 있다. 가해자가 유명인이 된 것을 알게 된 피해자들이 오래 전에 당한 고통을 폭로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마치 한 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 운동’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속사나, 방송가의 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꼬집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지상파 작가는 “보통 기본적인 인터넷 정보 검색을 시작으로 지인들을 상대로 한 대면 조사가 병행되는 경우가 있다. 또 제작진에 제공한 신상정보가 사실과 일치한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름대로 철저하게 조사를 한 것 같아도 100% 완벽할 순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든 걸 들춰볼 순 없기 때문에 사실상 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 역시 “소속사에서 연습생을 선발하는 과정이 까다롭지만, 그 연습생의 과거를 100% 확인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SNS 등을 살펴보긴 하지만 그것으로 그 아이의 과거를 모두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결국 방송사, 기획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당사자가 스스로에 대한 검증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나 기획사가 어떤 인물과 계약을 할 때에는 과거의 일이나,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단순히 하차로 끝나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이를 넘어서 논란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겠다는 조항을 넣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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