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너의 얼굴은] '불안해서 더 희망적인' 이제훈


입력 2020.05.12 13:38 수정 2020.05.21 10:07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서 준석 역

극 중심축 맡아 다채로운 연기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


'사냥의 시간' 이제훈.ⓒ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이제훈.ⓒ넷플릭스

우여곡절 끝 공개된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작품의 만듦새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지만 배우들의 연기엔 이견이 없다. 특히 주인공 준석 역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달리고, 또 달린 이제훈의 연기엔 엄지가 올라간다.


'사냥의 시간'에서 이제훈은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사냥의 시간' 이전 작품인 '내일 그대와'(2017)와 '아이 캔 스피크'(2017) 등에서 다정하고 따뜻한 얼굴을 드러냈던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에선 시종일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불안한 청춘의 얼굴을 표현한다.


배우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준석은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이자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모든 게 준석에서부터 시작된 만큼 준석은 정체불명의 한(박해수 분)에게 쫓기는 친구들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한에 비해 준석은 연약하다. 이제훈은 벼랑 끝에 몰린 준석을 흔들리는 눈빛, 땀이 뒤범벅된 얼굴, 달려야만 하는 몸짓으로 표현했다. 윤성현 감독이 전한 불안정한 청춘의 메시지는 이제훈의 얼굴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외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이전 작품에서 깔끔한 '훈남' 외모를 선보였던 그는 짧게 자른 머리와 문신을 더해 준석에 가까운 외형을 만들어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거친 이미지가 얼굴을 덮는다.


'사냥의 시간' 이제훈.ⓒ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이제훈.ⓒ넷플릭스

극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쫓고 쫓는 연기를 계속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연기하는 배우도, 이를 보는 관객들도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다. 이제훈은 준석의 절박한 심정을 다채로운 얼굴로 보여줬다. 한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는 동공의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였고, 이후 친구들과 함께 도망친 장면에서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긴장감이 흘렀다.


한에게 잡혔을 때는 불안한 얼굴이 정점을 찍었다. 살고 싶다는 절박함,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좌절감과 절망감이 이재훈의 얼굴에 번졌다. 이제훈은 눈빛을 통해 이 모든 걸 말한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 이내 다급해지는 눈빛은 이야기가 지닌 공백을 메워준다.


여러 의견이 분분했던 결말 장면에서도 이제훈은 자기만의 청춘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계속 도망치기만 한 준석은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며 다시 떠난다. 끝장을 봐야 한다는 단단한 의지가 이제훈의 곧은 얼굴과 맞물린다. 주저앉았던 준석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모습은 이제훈 특유의 신뢰감 있는 얼굴과 겹친다. 결말 부분 역시 평가가 갈리지만, 모호한 이야기 속에서도 이제훈은 무지갯빛 얼굴을 드러낸다.


'사냥의 시간'에서 보여준 이제훈의 얼굴은 '청춘'이다. 친구들과 함께 바라던 꿈을 꿀 때는 거친 얼굴을 걷히고, 아이 같은 순수함을 드러낸다. 그러다 큰 벽을 마주하며 불안해하고 좌절하지만 또 앞으로 나아간다. 이제훈은 이번 작품을 찍다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했다. 영화 속 그의 얼굴에도 고난의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도 이 작품에 응원을 보낸 건 이제훈의 얼굴 때문이리라. 불안해서 더 희망을 걸고 싶은 청춘, 이제훈의 얼굴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