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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매물도 없고, 거래도 없어요” 속 타는 강남 공인중개업소들


입력 2020.05.20 13:00 수정 2020.05.20 10:56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올 들어 한 건도 개시 못한 곳도…“IMF 외환위기·노무현 정부 때만큼 힘들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올 들어 5개월간 매매, 전세 통틀어 한 건 거래한 게 다다. 이 곳에서 30년 가까이 부동산을 해왔는데, IMF 외환위기 때와 지금처럼 부동산 규제 수위가 높았던 노무현 정부 때만큼 거래가 없어 너무 힘들다.”(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의 말)


지난 19일 비가 그친 오후. 강남 일대 부동산공인중개업소 밀집 지역은 전날 밤부터 오전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린 날씨 탓인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비가 갠 이후 해가 내리쬐는 한 중개업소 내부는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전화 한 통 없이 무료하고,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취재차 방문했다”는 기자의 말에 일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영업도 안 되는데, 해줄 말도 없다”며 전혀 반기지 않는 눈치를 주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매년 3~5월은 봄 이사철로 부동산 성수기에 해당되지만, 매매는 물론 전세 거래도 예년과 다르게 급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집중 시행되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매물도 잘 나오지 않는데다 집을 보여주거나, 보러가는 것 역시 꺼려지면서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가 줄어들었다.


특히 강남 일대는 정부의 규제가 집중된 고가 아파트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다른 곳과 비교해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2666건으로 4406건이었던 3월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달만 하더라도 이날 기준으로 574건이 거래됐다. 일평균 거래건수로 따지면 30.2건으로 지난달 일평균 거래건수(88.9건)의 30% 수준이다.


강남권 거래는 감소폭이 더 컸다. 강남구 거래량은 3월 135건, 4월 118건, 이달 들어 현재까지 19건에 그쳤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115건에서 70건으로 40% 가까이 줄었고, 이달 고작 12건이 거래됐다. 송파구 역시 같은 기간 감소 폭이 34%에 달했고, 이달에도 15건만 거래됐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는 재건축 단지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까지 모여 있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며 “지난해에도 정부의 합동점검이니 뭐니 해서 몇 달씩 문을 닫고 영업을 못했는데, 올해는 코로나 여파까지 겹쳐 주변 부동산에서는 한 건도 개시 못한 곳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지난해 3~4월에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 때문에 매매 거래가 급격히 줄었는데 올해는 그 보다 더한 상황”이라며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금지에 막혀 가끔씩 나오는 매물도 거래가 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한들 이런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욱 힘들게 한다고 이날 만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강남구 신사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당분간 거래 시장이 위축된 상황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가 끝나도 곧바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려운데다, 정부의 각종 규제들이 집중돼 있어 시장이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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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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