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차 구조조정 단행…’고용유지’ 정반대
유동성 위기도 코로나19 탓으로 보기엔 한계
정부가 항공·해운업 외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검토중이다. LCC(저비용항공사)와 자동차 부품업체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이 포함될지 관심이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고용유지 조건도 달려있어 기안기금 명목으로 두산중공업이 추가 지원을 받기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 운용을 위한 기금운용심의회가 이번주 첫 회의를 연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기안기금을 운용할 전담조직인 '기간산업안정기금본부'를 신설했다.
심의회에서는 기금 운용 방법과 채권 발행 계획 등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후 산은은 해당 기업들의 코로나19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 이르면 내달부터 기금 지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확정된 항공과 해운 업종 외에,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기업의 추가 지원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이라는 지원대상에는 충족하지만, 현재 유동성 위기 원인이 코로나19 영향이라고 한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에너지 트렌드 변화로 수 년간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고 자회사인 두산건설을 지원하면서 유동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실적이 추락하자 채권단 지원을 요청하게 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축적된 경영난인 탓에 기안기금 명목으로 추가 지원을 요청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지원요건인 '고용 유지' 방향과 맞지 않는다. 기안기금은 6개월간 기존 임금의 90% 이상을 지급하며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와 반대로 두산중공업은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거쳐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정비 감축 일환으로, 이제와서 기안기금 대상이 되기 위해 구조조정 정책을 뒤바꿀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지원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핵심기술 보호, 산업생태계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다만 LCC, 자동차부품사 등 타격이 큰 업종 해결이 더 시급해 후순위로 밀려날 확률이 높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6일 "두산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력을 통해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따라서 두산은 추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기안기금이라는 명목 대신 채권단과 추진하는 '경영정상화 방안' 차원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27일 채권단에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자구안을 제출했으며 현재 실사가 진행중이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전반에 걸친 실사가 끝나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방안을 확정, 구조조정 작업에 나선다.
한편 두산이 추진하는 자구안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해 사업부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마련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두산솔루스를 비롯해 두산타워 등이 매각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