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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2라운드...소송·매각에 발목잡히는 한진칼 '첩첩산중'


입력 2020.05.29 06:00 수정 2020.05.29 05:18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3자연합 주총 취소 소송에 지분 매입 공세에 방어 고심

송현동 부지 공원 계획에 대한항공 자구안 차질 우려도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주총회에 대한 취소소송이 제기되고 3자연합의 지분 추가 매입으로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3자연합의 거센 공세로 조원태 회장 측이 방어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 극복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매각과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딴지로 자구안 노력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29일 재계와 KCGI 등에 따르면 3자연합은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난 3월 말 열린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당시 주총을 앞두고 3자연합이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제기한 2건의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된 것과 관련된 본안 소송이다.


당시 3자연합 측은 반도건설 보유 지분 중 의결권이 유효한 8.2%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3.79%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각각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3월24일 두 가처분 신청을 보두 기각하며 한진그룹 측의 손을 들어줬고 이는 사흘 뒤 주총에서 조 회장이 완승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 거세지는 3자 연합 공세...소송 제기에 지분 경쟁도 한 발 앞서


이번 소송 제기는 가처분 신청에서 기각된 의결권 행사에 대한 해석을 본안 소송에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당시 가처분 신청이 긴박하게 이뤄지면서 의결권 인정 여부에 대한 입증과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소송에서 이를 보다 명확히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3자연합은 당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뒤에도 본안소송을 제기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한진칼 주총이 지난 3월27일 열려 주총 개최 2개월 내에 소송을 해야 효력이 있다는 규정에 따라 26일 본안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개최된 '제 7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한진그룹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개최된 '제 7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한진그룹

3자연합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 당시 이뤄진 의결권 행사에 대한 해석이 맞게 이뤄졌는지 본안소송에서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자는 취지”라면서 “2건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이뤄지면 당시 주주총회에서의 결의사항들이 효력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묻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소장을 송달받지 못한 상태”라며 “법원에서 발송한 소장을 확인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3자연합은 소송 제기와 함께 지분 매입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나가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기타법인이 지난 26일 한진칼 지분 2.1%(보통주 122만4280주)를 매입했다.


업계에서는 매입 주체를 3자연합의 한 축인 반도건설로 보고 있다. 아직 금융감독원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공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예상대로 매입 주체가 반도건설이라면 3자연합의 지분율은 42.75%에서 44.85%로 늘어나면서 조 회장측(41.3%)과의 격차를 3%포인트 이상으로 벌리게 된다.


이러한 지분 추가 매입은 3자 연합이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 효력이 풀리는 7월 이후 임시 주총 소집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3자 연합이 최근 한진칼에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자금 조달이 어려우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도 지분 추가 매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는 자칫 이뤄질 수 있는 제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도 있었다. 한진칼이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조 회장측을 지원할 백기사의 등장으로 한 발 앞선 지분 경쟁에서 차질을 빚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서울시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서울시

◆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서울시 계획에 ‘속앓이’


한진 측은 그룹 경영권이 다시 위협받는 상황에서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을 살리기 위해 기존 자산 매각을 통한 자본 확충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꾀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최근에는 자산 중 가장 알짜로 평가받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매각이 서울시의 공원 조성 계획으로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연내 매각해 최소 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의 공원 조성 계획이 드러나면서 매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의 공원 추진 계획이 알려지면서 다른 용도 개발을 통해 수익을 내려고 했던 이들이 실제 매입에 뛰어들 가능성이 줄었다, 특히 서울시는 해당 부지가 제 3자에게 매각되더라도 이를 재매입해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매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계획이지만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의 심기를 거스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 3월에도 대한항공에 민간 매각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며 공매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에 매각시 기대되는 개발이 이뤄지게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분명한 의사를 전달한 것과 같다.


이에 대한항공이 유휴자산 매각시 적정 가격을 받지 못하면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했지만 이번 공원 조성계획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입가를 2000억원 미만으로 책정하고 있어 대한항공의 예상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하다. 또 매입 대금 지급도 거래 시점이 아닌 자체 감정 평가와 예산 확보 등을 거쳐 2년 정도 후를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기 자금 마련이 시급한 대한항공으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공원 추진 계획이 부지 매입가를 미리 낮추기 위한 사전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존재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한항공은 1조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데 이어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연합뉴스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연합뉴스

만약 대한항공이 당초 계획대로 송현동 부지 매각 대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추가로 자금 확보가 이뤄지야 하는데 이 경우, 알짜 사업인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 매각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도 두 은행에 3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보통주 신주를 담보로 제공키로 결정하는 등 그룹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앞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이 취득할 예정인 신주가 대상으로 담보로 제공된 신주는 대한한공이 자구안 이행 등 약정한 특정조건을 내년 말까지 충족시키지 못하면 오는 2022년 1월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한진칼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주식을 넘겨주면서 주력계열사 지배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3자연합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전력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대한항공 살리기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과 위기 극복 능력이 극한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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