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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검찰 무리수...망신주기 목적" 비판 목소리


입력 2020.06.07 11:44 수정 2020.06.07 12:0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증거 인멸·도주 우려 없는데도 영장 청구

영장 기각시 檢 수사심위위로 공 넘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한 뒤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한 뒤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법원의 판단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혐의와 관련, 이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형사소송법 규정상 구속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에서 규정한 3가지 사유 중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이 부회장에게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기각 여부와 관계 없이 이 부회장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 법원은 이러한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거주하는 주거지가 일정한데다 국내 대표 기업 총수로서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증거인멸 염려도 이치에 맞지 않다. 검찰 측 주장대로 범죄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는 상태라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 관련수사가 1년 6개월 이상 이어진 상황에서 증거 인멸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지금에 와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는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명확한 증거가 확보됐음에도 증거 인멸을 우려로 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인신 구속 여부에 집착하지 말고 법정에서 논리로 다툼을 벌이면 될 일”이라고 말헀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를 두고 이 부회장의 망신 주기 목적이 숨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에서 정한 구속 사유에 해당이 되지 않아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밀어 붙인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기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장기적인 수사를 펼쳐 온 검찰이 왜 이제와서야 영장을 청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특히 삼성에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직후 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형사재판에 피의자를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고 법관이 주재하는 공개된 법정에 모든 증거를 현출시켜 놓고 유무죄를 판단하는 ‘공판중심주의’를 전격 도입한 이후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 자리를 잡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신청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것도 이같은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롸 같은해 7월에 분식회계 혐의로 김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며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이 부회장에게도 적용된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 수사가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삼성이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로 공이 넘어가면서 검찰의 기소 여부의 타당성을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구속 여부는 8일 늦은 밤 또는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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